6일 서울 여의도에서 샌드위치를 들고 편의점을 나서던 직장인 이모(27)씨는 최근 고유가 여파로 한 끼에 1만5000원대까지 높아진 점심값을 매번 감당하기 부담스럽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회초년생으로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라 식당보다 편의점 방문이 잦다는 것이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입맛에 맞지 않아 평소에 잘 이용하지 않던 ‘무료 구내식당’을 매일 이용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지금 같은 고물가 시대에 무료로 점심을 준다는 것은 최고의 복지”라며 “기름값이 올라 출혈이 큰데 식비까지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중동 정세 불안 장기화로 ‘런치플레이션’(점심값+인플레이션)이 심화하자 점심시간 식당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편의점, 구내식당 등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 유가 급등 여파로 전반적인 생활 물가가 오르자 식비에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직장인들이 몰려든 탓이다.
실제로 GS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3월 간편식(도시락, 김밥, 주먹밥 등)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3% 늘었다.
서울 영등포구 내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김모(50)씨는 “요새 인근 직장인들도 전보다 늘었다.
가볍게 먹는 분들은 샌드위치도 많이 드셔서 샌드위치도 많이 들여온다. 이런 거 보면 경기가 힘들구나 체감하게 된다”며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컵라면류의 매출이 20∼30% 정도 늘어나 주문량을 좀 늘렸다”고 전했다.
대학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취업난에 고물가까지 겹친 학생들에게 식비 절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백모(21)씨는 “학식도 예전보다 너무 많이 올라서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일이 늘었다”며 “학교 주변에 자주 가던 식당들을 지나가다 보면 파리 날리는 곳이 많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식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요리를 해먹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서울대 재학생 정모(20)씨는 “서울대입구역 인근 식당이 원래도 비싼 편인데 최근 유가 급등으로 더 비싸졌다”며 “자취방에서 좀 멀어도 더 싼 마트까지 가서 재료를 구매해 직접 요리해 식비를 아낀다”고 말했다. 유가 급등 여파로 대중교통 이용자도 급증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2000원에 육박했다. 유가 상승 전인 2월 24~26일 2040만5849명이던 대중교통 일평균 이용자는, 유가 변동 이후인 지난달 10~12일에는 2140만482명으로 99만4633명(4.9%) 늘었다.
서울시는 6월까지 3개월간 기후동행카드(월정액 무제한 이용 카드) 이용자에게 월 3만원을 환급(페이백)하기로 했다.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면서 시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페이백은 이달부터 6월까지 30일권을 충전해 전액 사용한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지급된다. 4월 이용분은 6월 환급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는 생활 물가 안정을 위해 할당관세, 할인지원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지자체도 나서서 식당의 비용 지원에 나서는 한편 음식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