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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프타 비상… 이참에 환경훼손 현수막 정치도 근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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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인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선거 현수막 사용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동 전쟁 여파로 비닐, 포장재, 섬유 등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의 공급 불안이 국민 생활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정치 현수막이 자원낭비와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만큼 실효적인 규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

정치 현수막의 폐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현수막 쓰레기는 1557t, 103만장에 이른다. 선거용 폐현수막은 2020년 총선 1739t, 2022년 대선 1110t, 2024년 총선 1235t에 달한다. 지난해 전국에서 수거된 폐현수막 4972t 가운데 재활용률은 48.4%에 그쳤다. 현수막이 자원낭비와 환경 오염, 도시미관 저해만 초래하는 게 아니다. 시민들이 불쾌감과 피로를 호소할 정도로 혐오와 비방이 난무한다. 무질서하게 뒤엉킨 정치 현수막은 보행자와 운전자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정치권이 자초한 일이다. 2022년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옥외관리물법을 개정했다. ‘정당이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책·정치적 현안에 대하여’ 허가·신고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하지만 정당 현수막은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자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자극적인 정치 구호가 난무하는 혐오 공간으로 변질했다. 행정안전부가 혐오·비방성 정당 현수막 금지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치 영역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정치 현수막이 환경보호 차원을 넘어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법에 따라 후보자가 15%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 비용 전액을, 10∼15%일 경우 비용 절반을 보전받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은 자금력이 풍부하고, 지출한 선거 비용도 국가로부터 보전받을 확률이 높다. 원료수급 문제로 현수막 가격이 최대 30% 인상된 상황에서 국고보조를 받기 힘든 소수 정당 후보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시대 변화에 맞게 과도한 비용과 환경훼손을 유발하는 현수막 정치는 근절해야 할 때다. 현수막 특혜를 내려놓고 온라인 등 디지털 기반 선거 문화 도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