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첫 대북 유감 표명에 북한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즉각 긍정 반응을 내놓으면서 남북 관계에 모처럼 훈풍이 감지되고 있다. 북한 최고위 대남라인이 우리 측 메시지에 공개적으로 화답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긴장 완화의 신호로 해석된다.
일단 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무인기 사건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시한 것은 국제 정세와 한반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란 전쟁이 단기간 내 종결되지 않은 채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이 격화할 경우 한반도 평화 문제에도 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다. 한반도 정세가 현재 국면보다 악화될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려면 남북 간 신뢰 회복이 필수적이다. 남북 간 상호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우발적 충돌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고, 이는 한반도 평화 문제에 돌발적인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무인기 사건과 관련된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북한 측에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진정성을 드러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인기 사건과 관련된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이 뒷받침된다면, 남북 간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무인기 무단 비행 시 처벌 강화와 접경지역 안전망 구축 등의 대책을 보고했다. 관련 대책이 실행에 옮겨진다면, 무인기 사건의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 부장의 당일 즉각적인 화답도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북 메시지를 일단 공식 채널에서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향후 남북 간 신뢰 회복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북한의 담화가 실제 남북 간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북한은 인권결의안 참여를 정치적 도발·적대행위로 간주한다. ‘북한과 평화공존을 추구한다’는 우리 측의 메시지가 일관된 정책 기조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널뛰기 대응’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9·19 남북군사합의의 복원 문제도 변수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항공기의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포함하여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막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 장관은 지난 2월 무인기 사건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며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포함하여 기존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복원을 선제적으로 검토·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9·19 남북군사합의를 복원하는 문제는 실질적으로는 단기간 내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북한의 호응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9·19 남북군사합의의 복원을 추진하는 것은 국내적으로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비무장지대(DMZ) 등을 둘러싸고 유엔군사령부 등과의 협의 문제도 남아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란 전쟁을 포함한 국제 정세와 한반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9·19 남북군사합의의 복원 추진 시기를 저울질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