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모텔 연쇄살인’ 등 강력 범죄에 악용된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처방량이 4년 연속 증가하며 관리 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단순 치료 목적의 오남용을 넘어 범죄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어 당국의 철저한 감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범죄 악용에도 처방은 매년 ‘최고치’ 경신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알프라졸람·로라제팜 등 주요 벤조디아제핀계 약물 13종의 처방량은 8억 6335만 개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735만 개(0.9%) 늘어난 수치다.
이 약물의 처방량은 2021년 8억 988만 개에서 매년 꾸준히 늘어 4년 동안 총 5347만 개(6.6%)가 증가했다. 벤조디아제핀은 불면증이나 불안장애 완화에 쓰이지만, 의존성과 내성이 강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향정신성의약품이다.
◆ 강력 범죄부터 마약 투약까지... 사회 곳곳 침투
최근 이 약물은 강력 범죄 현장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이른바 ‘강북 모텔 연쇄살인 사건’의 피고인 A씨는 20대 남성 3명에게 이 약물을 섞은 음료를 마시게 해 의식을 잃게 하거나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연예계와 일상 속 오남용 사례도 적지 않다. 힙합 프로그램 ‘고등래퍼2’ 출연자 B씨는 구치소 수감 중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을 투약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또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최근 3년간 적발된 약물 운전자들에게서 졸피뎀과 함께 가장 많이 검출된 성분 역시 벤조디아제핀계인 알프라졸람과 플루니트라제팜이었다.
◆ “단순 오남용 넘어 범죄 도구화... 관리 감독 시급”
지난해 약물별 처방 현황을 보면 알프라졸람이 3억 4663만 개로 가장 많았고, 로라제팜(1억 6656만 개), 디아제팜(9735개) 순으로 나타났다. 범죄에 자주 활용되는 에티졸람과 플루니트라제팜도 각각 7412만 개와 5684만 개가 처방됐다.
서 의원은 “대표적 항불안제인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범죄에 악용되며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심평원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오후 10시쯤의 늦은 밤 도로 위나 모텔방 같은 사각지대까지 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약물의 유통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 강화와 처방 기준 엄격화가 향후 재발 방지의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