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당시 경보기를 누군가 임의로 끈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인지와 대피 ‘골든타임’을 놓친 게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대전경찰청은 7일 브리핑에서 “화재 발생 당시 경보기가 울렸다 금세 꺼졌는데 시스템상 자동으로 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본관 2층 통신실에 별도로 설치된 화재경보기에 사무실 직원이 경보음이 울린 직후 최초로 접근한 점을 확인했다.
경찰은 “누군가 조작해야만 (꺼지는 게)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감지기 위치를 확인해 실제 화재 여부를 점검한 지 이상이 없을 경우 경보기를 끄는 게 정상 절차이다. 그러나 안전공업에선 이런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실제 본관 2층 화재경보기 옆엔 경보 해제 방법이 안내문 형태로 코팅돼 부탁돼 있었다.
경찰은 “평소에도 오작동이 잦아 경보가 울리면 버튼을 눌러 끄는 동시에 감지기 위치에 사람을 보내 확인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오작동과 경보기 조작이 혼재해 이같은 관행이 지속됐고 화재 당일에도 반복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경보기를 끄는 버튼이 아니라 다른 버튼을 조작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경찰은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직원은 1차 경찰 조사에서 “직접 경보기로 가 어떤 버튼을 눌렀다”고 진술했으나 해당 버튼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고 2차 조사에서 다른 버튼을 눌렀다며 진술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당시 해당 화재경보기에는 사이렌 버튼 등 모든 스위치가 전부 꺼져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 증축돼 대피로가 없어 사망자 14명 중 9명이 한꺼번에 발견된 동관 ‘2.5층 휴게실’은 노사가 협의해 2015년 하반기에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공업은 ‘작업 효율성’을 이유로 곳곳에 불법 증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생산라인이 있던 공장 1층에도 천장 선반처럼 불법 증축해 절삭유팬트리로 활용했다는 직원 진술을 확보했다. 불법 증축 공간엔 유도등·감지기 등을 제외하고 완강기 등 제대로 된 소방시설은 없었다. 경찰은 이런 부분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고 있다.
경찰은 이날 손주환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3명과 안전관리 책임자 2명 등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손 대표는 불법 증축과 나트륨 정제소 무허가로 운영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당국도 손 대표 등을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또 직원에 막말과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공장 철거 이후 합동감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안전진단이 끝나는대로 옥상부터 순차적으로 건물을 들어낸 뒤 발화지점인 1층을 조사할 예정이다.
지난달 20일 오후1시17분쯤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공장인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로 14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다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