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각 상임위원회가 소관 부처 추경안 심사를 잇달아 마무리하면서 증액 규모가 3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각 상임위를 통과한 추경안에 대해 “선거용 쌈짓돈”이라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맞받았다.
◆상임위 줄줄이 증액… 3조원 육박
7일 국회에 따르면 이번 추경안 심사를 담당한 상임위는 총 10곳이다. 상임위별로 민주당이 주도해 예산안을 증액 의결하면서 총 증액분은 3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경우 원안 대비 6099억원6000만원을 순증해 예산결산특위로 넘겼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도 1733억6500만원을 증가시킨 추경안을 의결했다. 당초 과방위는 TBS 운영 지원을 위한 예산 49억5000만원도 증액편성했는데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이날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서 “(TBS 지원 사업이) 이번 추경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당에서 뜻을 모았다”며 “저희도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 최종 편성에서는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심사를 마친 4개 상임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육위원회)와 이날 오전까지 의결된 3개 상임위의 증액안을 합하면 증액규모는 2조6700억원을 넘어선다. 행안위는 전날 추경안을 의결했지만,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업과 관련해 정부 원안(4조8252억원) 유지안과 7398억원 증액안을 모두 넘겨 예결위 심사 차원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행안위 증액안까지 더하면 최종 증액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10일 본회의 처리에 앞서 9일 예산안 소위를 열어 상임위에서 올라온 예산안을 심의한다. 3조원이나 되는 증액분을 하루 만에 모두 심의해야 하는 셈이다.
◆與野 예결위에서 추경 공방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심사특별위원회(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추경안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추경을 사실상 지방선거를 겨냥한 현금성 예산으로 규정하며 공세를 폈다. 최형두 의원은 정부가 ‘빚 없는 추경’이라고 표현하자 ‘소비형 추경’이라고 반박하며 “선거용 쌈짓돈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여당 후보들에게 공약 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이고, 미래세대의 빚을 줄여줄 돈을 당장 지선에 앞서 쓰는 ‘빚 떠넘기기’”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초과 세수는 반도체 때문에 발생하는데 하반기에도 초과 세수가 나오겠는가”라며 “당장 헬륨 등 반도체 핵심 소재 수급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이번 추경을 ‘매표 추경’이라고 깎아내리지만, 이는 민생보다 정쟁을 우선시하겠다는 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받아쳤다. 황 의원은 2022년 5월 윤석열정부 당시 추경으로 코로나19 손실 보상이 이뤄졌다며 “그 직후에도 지방선거가 있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가. 정부가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을 바라는 기우제를 지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국회가 추경안을 통과시키면 취약계층 대상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이달 중 집행할 방침이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미 행정 데이터가 있는 취약계층에 대해선 4월 중 지급을 목표로 할 것”이라며 이외는 5월 중 지급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10만∼60만원씩 차등 지급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예결위 종합정책질의 도중 ‘스태그플레이션의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 질의에 “아직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2차 추경’ 가능성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상황으로서는 (2차 추경은) 너무 앞서 나간 이야기”라며 “이번 추경은 직접 충격 3개월, 간접 충격 6개월을 상정하고 편성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전날 2차 추경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상황이 정말 장기화되거나 심대한 타격이 추가적으로 있을 경우 재정 여력을 봐가면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