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벼랑 끝에서 2주 휴전을 합의해 가까스로 파국을 면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고 미국은 대이란 폭격과 공격을 중단하는 데 양측이 동의한 결과다. 전쟁 발발 38일 만에 잠시라도 포성이 멈춘다니 다행스럽다. 잠정 휴전인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 오는 10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되는 협상은 핵 개발 포기부터 호르무즈해협 통제 권한, 전쟁배상금 등에 이르기까지 양측 입장차가 크다. 종전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발등의 불은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통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의 완전한 개방에 동의했다”고 했지만, 이란 측은 ‘통제된 통행’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이란군이 사전승인과 통항 순서 배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해협에는 2000척의 배가 갇혀 있고 한국도 선박 26척과 선원 173명의 발이 묶여 있다. 국내 정유사 7척에는 일주일 사용분인 약 1400만배럴의 원유가 실려 있어 귀환 때 에너지 수급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호르무즈 통항 과정의 병목현상이 예상된다.
정부는 가용한 외교·정책 역량을 총동원해 한국 선박의 호르무즈해협 무사통과를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한국은 전쟁 중에도 이란 수도인 테헤란에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이지만 이란은 우리를 비적대국으로 분류했다. 현지 공관을 중심으로 이란에게서 우리 선박의 우선 통항권을 확보하는 정교한 외교가 절실하다. 통행세 리스크에도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란은 휴전 기간에도 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를 물릴 태세이고 트럼프 대통령도 “큰 수익이 창출될 것”이라며 용인하는 모양새다. 우리는 연간 원유 수입량(10억배럴)의 70%를 중동에 의존한다. 배럴당 1달러라면 해마다 7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하고 일반화물선 등까지 합치면 손실이 더 커진다. 국제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 요금을 부과하는 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호르무즈해협의 개방과 관련해선 국제사회와 긴밀히 연대해야 한다.
2주 휴전은 위기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종전이 이뤄져도 중동발 에너지 리스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위기 대응에 한 치의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산업연구원의 제언대로 군사적 위협이 반복되는 호르무즈 등 기존 노선을 피해 해상·철도·육상을 결합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등 대체 물류망을 발굴해야 한다. 에너지공급원 다변화와 원전 추가건설도 시급한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