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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복수 하청노조 원청과 개별 교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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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법 민간기업 대상 첫 판단

복수노조사업장 ‘교섭단위 분리’ 길 열려

인천공항 7개 하청노조도
공사측 사용자성 인정 판단

복수의 하청노조가 원청인 포스코와 개별 교섭해야 한다는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뒤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 첫 판단인 동시에 하청노조의 분리 교섭 요구도 처음으로 받아들여졌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 사옥. 뉴스1
서울 강남구 포스코 사옥. 뉴스1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8일 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가 원청인 포스코를 상대로 한 교섭 단위 분리 신청을 인용 결정했다. 복수의 포스코 하청노조가 포스코와 개별로 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며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경북지노위는 산업안전 관련 교섭 의제에서 포스코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며 “하청 단독으로는 위험요인 제거나 안전설비 설치 등의 구조적 개선이 어려워 포스코가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사용자”라고 밝혔다.

 

포스코 하청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전국플랜트건설노조, 한국노총 금속노련으로 나누어져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플랜트노조는 한국노총 금속노련과 분리해 교섭해야 한다는 취지로 경북지노위에 분리 교섭 신청을 했다.

 

교섭단위 분리는 복수 노조가 존재할 경우 교섭 창구를 어떻게 구성할지 판단을 구하는 절차다. 사용자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와 맞물리는 문제다. 사용자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분리 신청은 기각된다.

 

경북지노위가 분리 교섭 신청을 인용한 건 결국 포스코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다.

 

인천지노위도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7개 하청 노조가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 사건에 대해 산업안전 의제에서 공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노동위 판단으로 포스코와 인천공항공사는 각각 최소 3개의 하청노조와 별도로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 인천공항공사의 7개 하청 노조는 3개(한국노총·민주노총·그 외 노조)로 교섭단위가 분리 결정됐다.

 

원청노조와 하청노조는 기본적으로 따로 원청과 교섭할 수 있고, 하청노조 간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가 원칙이다. 다만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등으로 분리 필요성이 인정되면 노동위에서 교섭단위 분리를 결정할 수 있다. 포스코와 인천공항공사가 판정을 받아들이면 각각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 추가로 교섭을 원하는 하청 노조를 7일간 모집하고, 이후 확정 공고를 하게 된다.

 

이 같은 결과는 복수 노조 사업장들에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대기업을 원청으로 둔 여러 하청노조가 교섭단위를 쪼개 일일이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우려하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교섭단위가 수십, 수백 개로 늘어나 1년 내내 교섭만 해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노동부 산하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판단지원위)의 첫 판단도 이날 나왔다.

 

판단지원위는 법적 구속력은 없는 자문기구로, 노동위 판단 전에라도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판단지원위는 국세청 콜센터 하청 노동자의 원청 사용자가 국세청이라고 인정했다. 반면 태권도진흥재단의 자회사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이 없다고 보고 사용자성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