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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훈풍에 코스피 ‘축포’… 6000 다시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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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377.56P 오른 5872.34
원·달러 환율 1470.60원으로 급락
WTI 유가 장중 91.05弗까지 내려

휴전 소식에 안도 랠리… ‘21만전자·100만닉스’ 복귀

개장 직후부터 ‘매수 사이드카’
개미들, 5조4165억원어치 매도
역대 최대 순매도로 차익 실현
코스닥 5% 올라 1089.85 마감

중동의 포성이 멈추자 국내 증시가 8일 불을 뿜었다. 미국과 이란이 향후 2주간 군사 행동을 멈추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폭등했으며, 시장의 과열을 식히기 위한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되는 등 ‘안도 랠리’가 펼쳐졌다. 국제유가가 20% 가까이 급락한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모처럼 1500원 밑으로 내려오며 안정을 되찾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77.56포인트(6.87%) 오른 5872.34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309.92포인트(5.64%) 오른 5804.70으로 출발해 단숨에 5800선을 돌파한 뒤 안정적인 상승 흐름을 장 마감까지 유지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조4722억원, 2조7145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면 그동안 하락장에서 외국인, 기관의 매물을 받아냈던 개인은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섰다. 5조4165억원을 팔아치우며 역대 최대 순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오랜만에 ‘활짝’ 미국·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한 가운데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전날 대비 6.87% 오른 5872.34에 마감한 코스피는 장중 5900선을 뚫기도 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33.6원 내린 1470.6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최상수 기자
오랜만에 ‘활짝’ 미국·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한 가운데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전날 대비 6.87% 오른 5872.34에 마감한 코스피는 장중 5900선을 뚫기도 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33.6원 내린 1470.6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최상수 기자

종목별로는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약진이 돋보였다. 삼성전자는 7.12% 오른 21만500원으로 거래를 마쳐 ‘20만전자’ 고지를 탈환했다. 삼성전자 주가 급등으로 삼성그룹 17개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계액은 1588조5380억원까지 올랐다. SK하이닉스도 무려 12.77% 상승한 103만3000원에 마감하며 ‘100만닉스’에 재안착했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1982조3053억원으로, 코스피 전체의 40.98%를 차지하며 역대 최대 비중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외 현대차(+7.40%), SK스퀘어(+15.83%) 등 대부분 시가총액 상위 종목과 재건 관련 건설주가 강세를 보였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3.45%) 등 방산주들은 휴전 영향으로 하락했다. 코스닥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53.12포인트(5.12%) 오른 1089.85로 장을 마감했다.

 

국내 증시는 개장 직후부터 매수세가 몰리며 과열됐다. 결국 코스피와 코스닥에 각각 오전 9시6분, 9시13분에 매수 사이드카가 연이어 발동됐다. 두 시장에서 동시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 1일 이후 7일 만이다. 일본 닛케이255 지수와 대만 가권지수가 각각 5.39%와 4.61% 급등하는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국내외 증시 상승 랠리의 가장 큰 배경은 개장 전 들려온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 합의 소식이다. 뉴욕 증시 마감 이후 한국시간으로 오전 7시32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의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한 개방을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에 글로벌 원자재 시장이 요동쳤다. 특히 전쟁 내내 국내 증시와 궤를 같이했던 국제원유 가격이 빠르게 내려갔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 이후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이날 오후 3시 기준 배럴당 95.57달러로 전장 대비 15.4%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WTI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91.05달러까지 밀리며 하락률이 19%에 달하기도 했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전장 대비 약 14.2% 내린 93.69달러를 나타냈다. WTI와 브렌트 선물 가격이 장중 기준으로 100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 2일 이후 처음이다.

 

증권가에선 휴전에 안도감을 내비치며 국내 증시 반등을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 조건 하에 2주간 휴전 제안에 동의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전쟁 리스크는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하고 있는 듯하다”고 짚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화물선. 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화물선.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여전히 중동 상황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증시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미국과 이란 양측 의견 차이가 크다”며 “이번 협상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알려진 이란의 10가지 제안은 미국 측에서 봤을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국제유가는 현재 수준에서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제권 그리고 통행료 협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도 안정을 찾아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3.6원 내린 1470.60원(오후 3시30분 기준)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1일(1466.50원) 이후 약 한 달 만의 최저치다. 환율이 1500원 아래로 내려온 것도 지난달 25일(1499.70원) 이후 10거래일 만이다.

 

이날 환율은 개장 전 휴전 소식이 전해지며 24.3원 내린 1479.9원으로 출발했고 장중 내림 폭이 확대됐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오후 3시40분 기준 전날보다 0.921 하락한 98.72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달 11일(장중 최저 98.68)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쟁 발발 후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올랐고 중동 정세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월평균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은 1492.50원으로 역대 네 번째로 높았다. 지난달보다 월평균 환율이 높았던 시기는 IMF 구제금융 사태가 한창이던 1998년 1월(1701.53원), 같은 해 2월(1626.75원), 1997년 12월(1499.38원) 세 번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