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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조명 꺼진 뒤…‘정관장 vs SK’ 코트 불태운 조연들의 ‘핏빛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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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확정’ 정관장의 여유, ‘잇몸’ SK의 간절함이 만난 폭풍전야 ‘피날레’
이름값 대신 증명을 택한 신예들, 4쿼터 이어진 역전과 재역전의 드라마
정관장 송한준의 화려한 데뷔…정규리그 마지막 페이지 승리 장식

[안양=권준영 기자] 숫자는 이미 정해졌고, 승부의 무게 추는 미래를 향했다.

 

8일 안양종합체육관의 공기는 당초 예상됐던 ‘운명의 2위 결정전’의 열기 대신, 폭풍전야의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이틀 전 라이벌의 예상치 못한 패배로 뒤바뀐 시나리오. 플레이오프(PO)라는 거대한 전쟁을 앞둔 두 명장(名將)은 정면충돌 대신 ‘실리’라는 이름의 휴전협정을 맺었다. 화려한 별들이 잠시 내려간 코트 위, 정규리그의 마지막 페이지를 채운 건 그간 음지에서 묵묵히 땀 흘려온 조연들의 간절한 투혼이었다.

 

이날 안양 정관장과 서울 SK의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종전은 사실상 ‘전략적 관찰’의 무대로 펼쳐졌다. 지난 6일 SK가 서울 삼성에 발목을 잡히며 정관장의 리그 2위가 조기에 확정됐기 때문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던 순위 싸움의 종지부가 찍히자, 양 팀은 베스트 5의 이름값 대신 잠재력을 확인하는 시험대를 택했다.

 

순위 싸움의 중압감을 덜어낸 정관장 유도훈 감독은 이날 박지훈, 변준형, 김종규 등 핵심 자원 5명을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족저근막염과 발등 부상 등을 안고 뛰어온 에이스들에게 포스트시즌을 위한 ‘금쪽같은 휴식’을 부여한 것이다. 대신 김세창, 박찬호, 김준형, 주현우, 송한준이 그 자리를 메웠다. 특히 신인 송한준은 이날 선발로 출전하며 공식 무대 데뷔 기회를 잡았다.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유 감독은 “지명 이후 데뷔가 늦어져 감독으로서 미안함이 있었다”며 “팬들 앞에서 자신감 있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를 바란다”는 진심 어린 기대를 전했다.

 

부상 관리와 실전 감각 조율이라는 숙제도 병행했다. 수비 핵심인 김영현(어깨)과 김경원(허리)을 아끼는 한편, 최근 복귀한 전성현은 그대로 출전시켜 특유의 슛감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단기전 투입을 위한 예열을 마쳤다. 다만 기대를 모으는 유망주 박정웅의 PO 합류 여부에 대해서는 "재활 상태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했다.

 

SK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미 4위 자리를 확보한 SK 전희철 감독 역시 무리한 운영보다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현재 SK는 에이스 안영준이 종아리 부상으로 이탈한 데 이어 자밀 워니, 알빈 톨렌티노, 김낙현 등 주축 선수 대다수가 몸 상태 난조를 겪는 ‘부상 병동’ 상태다. 결국 김태훈, 문가온, 프레디 등 D리그 자원들을 대거 호출하며 ‘잇몸’으로 버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양 팀 모두 주전급이 대거 빠지면서 화력은 다소 줄어들었으나, 누군가에게는 이 자리가 간절한 증명의 무대였다. 승패의 무게감을 내려놓고 ‘미래’라는 이름으로 맞붙은 신예들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초접전을 펼쳤다.

 

경기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한 쪽은 정관장이었다. ‘무서운 막내’ 송한준이 데뷔 득점으로 포문을 열었고, 조니 오브라이언트와 한승희가 뒤를 받치며 1쿼터를 23-15로 앞서나갔다. 2쿼터에는 7분간 코트를 밟은 전성현이 장기인 3점슛 2방을 꽂아 넣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SK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2쿼터 오세근과 오재현의 득점으로 추격의 불씨를 지핀 SK는 안성우의 외곽포와 프레디의 데뷔 득점까지 터지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쿼터 들어서는 김명진이 폭발했다. 김명진은 미드레인지 점퍼와 호쾌한 덩크, 외곽포까지 가동하는 원맨쇼를 펼치며 57-53 역전을 이끌었다.

 

국내 선수들로만 채워진 4쿼터. 승부는 막판까지 불꽃이 튀었다. 승리의 여신은 정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종료 13.5초 전, 주현우가 집중력을 발휘해 천금 같은 골밑 결승 득점을 뽑아냈다. 마지막 수비에서는 송한준이 SK의 마지막 공격을 저지하는 ‘위닝 블록슛’을 작렬시키며 길었던 정규리그의 마침표를 승리로 장식했다.

8일 안양종합체육관의 공기는 당초 예상됐던 ‘운명의 2위 결정전’의 열기 대신, '폭풍전야'의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이틀 전 라이벌의 예상치 못한 패배로 뒤바뀐 시나리오. 플레이오프(PO)라는 거대한 전쟁을 앞둔 두 명장(名將)은 정면충돌 대신 ‘실리’라는 이름의 휴전협정을 맺었다. 정규리그의 마지막 페이지를 채운 건 그간 음지에서 묵묵히 땀 흘려온 조연들의 간절한 투혼이었다. KBL 제공
8일 안양종합체육관의 공기는 당초 예상됐던 ‘운명의 2위 결정전’의 열기 대신, '폭풍전야'의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이틀 전 라이벌의 예상치 못한 패배로 뒤바뀐 시나리오. 플레이오프(PO)라는 거대한 전쟁을 앞둔 두 명장(名將)은 정면충돌 대신 ‘실리’라는 이름의 휴전협정을 맺었다. 정규리그의 마지막 페이지를 채운 건 그간 음지에서 묵묵히 땀 흘려온 조연들의 간절한 투혼이었다. KBL 제공

이날 경기에서 정관장은 오브라이언트(14점)와 소준혁(10점)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고, 데뷔전을 치른 송한준은 9점과 함께 승부를 결정짓는 수비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SK는 대릴 먼로(14점)와 김명진(12점)이 분전했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정관장은 4강 PO에 직행해 본격적인 우승 사냥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