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이 양도됐다면 새로운 소유자가 임대인 지위를 승계해 보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 관계는 존속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임차인 A씨가 B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건물 인도 등 소송에서 임대차 보증금 반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단은 그대로 확정했다.
서울 서초구 일대 재건축 정비구역 내 상가에서 와플 커피숍 체인점을 운영하던 A씨는 2021년 이주 통보를 받았으나 점포를 비우지 않다가 이듬해 4월 강제집행으로 퇴거했다. B조합은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 이후 2022년 1월 해당 상가건물에 대한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고 같은 해 4월 건물 인도 집행까지 완료했다.
A씨는 B조합이 기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해 점포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며 임대차 보증금 2000만원과 권리금 1000만원, 영업을 계속했다면 얻었을 영업이익 576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또 B조합이 점유자를 A씨가 아닌 제3자로 잘못 특정해 강제집행을 진행했다며 점포 인도를 요구하고, 강제집행 비용에 관한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해달라고 주장했다.
1, 2심 모두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와 기존 건물소유주가 맺은 상가건물 임대차 계약은 2021년 12월 기간만료로 적법하게 종료됐다며 예상 영업이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배척했다. 또 임차목적물인 상가건물 소유권을 취득한 재건축 조합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다며 임대차보증금 반환 및 권리금 회수방해에 다른 손해배상 청구도 기각했다. 임대차 종료와 함께 상가임대차법상 대항력(임차인이 제3자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도 소멸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기간 만료나 당사자 합의 등으로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에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9조 2항에 의해 임차인은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대차 관계가 존속한다”며 “부동산이 양도되는 경우에도 양수인에게 임대인으로서의 지위가 당연히 승계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B조합이 이전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넘겨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다만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단에 대해서는 조합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지 않았다는 전제는 잘못됐으나 권리금 회수 방해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업손실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를 배척한 원심 판단 또한 유지된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