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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아리랑’, 국경을 건너다 [이지영의 K컬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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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정규 5집 ‘아리랑’이 전 세계 음악 차트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2주 연속 1위를 수성했고, 발매 첫 주에만 64만1000 앨범 유닛을 기록해 빌보드가 현행 집계 방식을 도입한 2014년 이후 그룹 앨범 역대 최다 주간 성적을 세웠다.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에서도 1위에 오른 데 이어, 수록곡 14개 중 13개가 동시에 해당 차트에 진입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썼다. 스포티파이 글로벌 주간 차트에서도 앨범·곡·아티스트 3개 부문을 2주 연속 석권했으며, ‘SWIM’은 발매 첫날 스포티파이에서만 약 1464만회 재생되어 자신들의 지난 기록을 뛰어넘었다.

 

그런데 ‘아리랑’의 진짜 파급력은 뉴스가 잘 비추지 않는 곳에서 빛난다. 인도 IMI 국제 싱글 차트에서는 수록곡 전체가 TOP14를 동시에 점령했는데, 이는 해당 차트 역사상 전례 없는 기록이다.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아르헨티나·볼리비아·브라질·칠레·에콰도르·멕시코·페루 7개국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했다. 그리스 IFPI 공식 차트에 앨범 전곡이 진입했으며, 포르투갈 빌보드와 헝가리 아이튠즈에서도 1위에 올랐다. 루마니아 라디오 게릴라 차트에서 ‘SWIM’이 1위를 기록했고, 모로코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차트를 점령했으며, 남아공을 비롯해 아프리카 나라들의 차트도 점령 중이다. 튀니지 유튜브 차트에서는 3월 한 달간 외국 아티스트 스트리밍 1위를 기록했다. 아르메니아에서도 스트리밍 강자로 군림 중이다. 평소 자국 가수들이 독식하던 차트에서도 ‘아리랑’이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 다채로운 성적이 각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수치 너머에 있다. 흰 여백으로 가득한 ‘아리랑’ 앨범 커버를, 한국인인 나조차 낯선 전통 문양들을 직접 공부해 채워 나가는 외국 아미들의 모습이 그 증거다. 그들은 아리랑을 들으면 내 민족의 뿌리까지 긍정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한국의 전통을 배우는 동시에 자신의 뿌리도 함께 긍정하는 쌍방향 존중이 자발적으로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강대국들의 인정을 받기만을 바라던 시선을 이제는 넓혀야 할 때다. 인도의 팬이, 모로코의 아미가, 볼리비아의 청년이 한국의 민요를 따라 부르고 서로의 전통을 공부하는 이 흐름은 강대국 중심의 문화 위계를 조용히 허물고 있는 무언의 연대다. 방탄소년단은 그 연대의 가운데 서 있다. 외교가 국경을 넘지 못할 때 노래 한 곡이 세계를 건너고 있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