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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많이 배고플수록 죄수 형량은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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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로버트 M. 새폴스키/ 양병찬 옮김/ 문학동네/ 4만3000원

 

세계는 자연법칙에 따라 특정하게 결정된 것일까 아닐까. 그리고 인간의 행동은 유전과 환경의 지배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까, 아니면 순전히 자유의지에 따른 것일까. 이러한 ‘결정론’과 ‘자유의지’를 둘러싼 논쟁은 학계는 물론이고 종교, 사법 분야 등에서 깊이 다뤄지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답이 없는 상태다. 오히려 지속된 논쟁에 ‘인간의 행동은 결정론을 따르지만 자유의지도 있다’는 ‘양립주의’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스탠퍼드대 생물학과 및 의과대학 신경학과 교수이며, 인간을 비롯해 영장류의 스트레스를 연구하는 세계 최정상급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자유의지는 없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로버트 M. 새폴스키/ 양병찬 옮김/ 문학동네/ 4만3000원
로버트 M. 새폴스키/ 양병찬 옮김/ 문학동네/ 4만3000원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특정 행동을 의식적으로 선택했다(자유의지)고 믿은 시점 이전에, 이미 인간 뇌의 보조운동영역은 활성화돼 움직임을 지시하는 신경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1초 전 우리가 본 것, 몇 시간 전에 느낀 허기, 통증, 피로 등 이전의 감각과 경험 등이다. 즉, 이미 그렇게 행동하도록 결정돼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1000건이 넘는 사법 판결에서 판사가 식사를 한 지 오래됐을수록 죄수에게 가석방을 허가할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가 있다. 배고픔이 사람을 더 깐깐하게 만드는 것이다. 청소년기와 유년기의 환경은 전두엽의 성숙도에 영향을 미치며, 태아기에 어머니의 영양 상태와 부모에게 받은 유전자 또한 우리를 구성한다.

이처럼 특정 행동을 하기까지 ‘1초 전, 한 시간 전, 며칠 전, 수년 전, 청소년기, 태아기, 유전자, 진화’로 이어지는 모든 단계에서 선행 원인의 종합된 결과가 우리의 의도를 이룰 따름이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뇌과학·신경학·물리학 등 과학을 중심에 두면서도 사회·역사·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넘나든다. 그러면서 자유의지가 없는 삶이 가져올 더 나은 사회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제안한다. 자유의지가 없기 때문에 개인에게 부당한 책임을 씌우지 않을 수 있으며, 그러한 사회가 더 건설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