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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고소로만 한정… ‘남소 방지’ 등 보완책 필요 [심층기획-재판소원·법왜곡죄 시행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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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20년간 유죄 사례 68건 불과
해외 국가 ‘고의·중대성’ 등 엄격
한국은 법왜곡 처벌 범위 모호해
“제3자의 무분별한 고발 막아야”

법왜곡죄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고소·고발이 난무하면서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왜곡죄 고소·고발을 당사자 고소로만 한정해 남소(濫訴)를 막는 방안 등이 제기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에 법왜곡죄와 유사한 조항을 두고 있는 국가들은 대부분 법 조항에 ‘고의성’ 또는 ‘중대성’을 명시하거나 법 적용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뉴시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뉴시스

법왜곡죄를 실질적으로 운영 중인 나라로 평가받는 독일의 경우도 법왜곡죄 처벌 사례가 많진 않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21년까지 20년간 법왜곡죄로 유죄 판결까지 이어진 사례는 68건에 불과하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2019년 발간한 ‘형사사법 분야의 법왜곡 방지를 위한 입법정책’에서 이 같은 유죄판결 중 다수가 옛 동독의 사법불법을 청산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법관의 사법처리에서 재판지연 등이 발생한 경우에도 ‘심각한 법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독일의 한 형사 법관이 질서구금 명령에 대한 즉시항고 사건을 처리하지 않아 항고인이 3일간 구금된 사건이 있었는데, 지방법원은 해당 법관에 대해 법왜곡죄 유죄 판결을 내렸으나 연방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법관의 재판지연과 관련해서는 항고심에 의한 집행이 완전히 불가능해질 정도에 이른 경우에야 심각한 법 위반을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덴마크 역시 법왜곡죄와 관련한 조항에서 적용 근거에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덴마크 형법 148조는 법률 사안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사법권이나 기타 공적 권한을 부여받거나 국가의 형벌권을 집행하는 사람의 처벌 범위를 ‘고의로 또는 중대한 과실로 사건 조사나 체포, 구금, 압수, 수색, 기타 유사한 성격의 특정한 법적 활동과 관련한 법적 절차를 준수하지 못한 경우’로 규정한다.

스페인은 과실에 의한 법왜곡도 처벌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명백하게 불공정한 재판’에 한정하고 있다. 처벌 수위도 ‘공직임용 금지’로 규정됐다. 스페인 형법 447조에 따르면 법관이나 치안판사가 중대한 과실이나 용납할 수 없는 무지로 명백하게 불공정한 판결이나 결정을 선고한 경우 2년 이상 6년 이하의 공직임용금지형을 부과한다.

우리나라는 형법 123조의2에서 법왜곡 처벌 범위를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 또는 수사 중인 형사사건’이라고 규정한다.

해외 국가의 법 조항과 비교할 때 모호한 편이라 제도가 오남용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법왜곡죄 관련 악성 당사자도 많을 것”이라며 “진보적인 판례 변경을 시도하지 않는 등 판결을 소극적으로 할 수도 있어 (법관 보호 등) 보완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법왜곡죄 고발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아무나 고발하게 되면 결국 여론 수사·재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