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9일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 대한민국이 마주한 경제 상황을 두고 “위기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경제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한국 경제가 “변곡점에 서 있다”고 진단한 이 대통령은 이번 위기 국면을 기회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 정책을 두고서도 “이념이나 가치에 너무 매이지 말고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체계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회의에서 자문위원들을 향해 “단기적으로는 중동 전쟁이 우리 경제에 상당히 큰 위협을 가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보면 대한민국 경제 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미·이란의 2주간 휴전을 두고서도 “오늘도 휴전했다고 하면서 폭격이 있었다고 한다. 언제 이 상황이 정리될지 잘 알기 어렵다”며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엄중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동시에 “위기 없는 인생도 없고 위기 없는 사회도 있을 수가 있겠느냐”는 말로 불가피한 상황을 짚으면서도 “단기적으로, 중기적으로, 장기적으로 잘 대비해서 우리 국민들이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고, 희망적인 미래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체적으로는 청년 취업 문제 등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은 경력 있는 청년들을 요구하고, 청년들은 경력을 쌓을 기회가 없다”며 “사실 경력을 쌓을 기회가 부족하면, 그 부분은 국가 공동체가 기회를 만들어 줘야 되는 게 맞는 것”이라고 했다.
주요 현안 중 하나인 노동 정책을 두고선 ‘실용’을 키워드로 내세운 이 대통령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를 두고선 불안정할수록 더 많은 보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불안정한 노동에 대해서 더 많은 보상을 해야 하는데 불안정하면 덜 준다”며 “똑같은 일을 하는데, 고용이 안정된 사람은 (돈을) 더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또 “정규로 돼 있는 사람은 안정성이라고 하는 보상을 받으니까 비정규직은 사실은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을 더해서 똑같은 조건이면 보수가 더 많아야 된다. 이게 상식”이라며 “이렇게 되면 사실은 안정성에 대한 열망이나 욕구, 불안감 이런 게 줄어들 것이다. 그래야 문제가 풀릴 것 같다”고 했다.
실업수당 문제에 대해서도 “자발적 실업에 대해서는 실업수당을 주지 않으니 다 권고사직을 하게 되지 않느냐”며 “사장과 사용자가 서로 합의해 권고사직을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편법과 탈법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셈”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자발적 실업은 ‘자기가 좋아서 그만둔 것’이니 수당을 안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전근대적이지 않나”라며 “이런 부분들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국민들이 함께 고민해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제는 변곡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변곡점은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며 “한 방향으로 쭉 가면 별로 에너지가 들지 않는데, 아예 반대 방향으로 바꾸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후에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중동 전쟁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되든 전쟁 이전과 이후는 분명하게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리게 될 것”이라며 “그에 따른 대비를 철저히 해야 되겠다”고 참모진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수급처의 다변화,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의 전환과 산업 구조 혁신에 속도를 내고, 초인공지능과 차세대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미래 성장 동력 육성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될 것”이라고 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인 한국 선원·선박의 안전 귀환을 꼽은 이 대통령은 “우리가 가진 외교 역량,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서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협의에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미래 먹거리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전은수 청와대 대변인은 사후 브리핑에서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범용지능(AGI)을 넘어선 초지능(ASI)을 인류 난제 해결을 위한 국가 핵심 전략 자산으로 규정했다”며 “ASI 시대의 지능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민관의 역량을 결집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지속 가능한 연구 생태계를 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