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사적 긴장이 정점으로 치닫던 때, 인도 공군 조종사들은 공중전 추세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을 느꼈을 것이다.
파키스탄 공군 J-10에서 발사된 중국산 PL-15 미사일은 150㎞ 이상 떨어진 곳에 있던 인도 공군 라팔 전투기를 격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 양상은 한국 공군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첨단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갖춘 중국·러시아 공군과 비교할 때,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다.
한국 공군의 주력인 F-35A 스텔스기 전투력 강화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이 현대전 핵심인 이유
현대 공중전은 대부분 조종사가 상대방을 직접 목격하기 전에 시작되어 끝난다. 100㎞가 넘는 거리에서 레이더로 적기를 포착하고,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쏜다.
이를 통해 아군 조종사는 적군의 위협에서 벗어난 지역에서 안전하게 선제공격을 감행,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생존 가능성과 공중전에서의 승리 가능성이 함께 높아진 셈이다.
6·25 전쟁와 베트남전쟁까지 이어졌던 근접공중전이 현대전에선 자취를 감춘 이유다.
근접공중전이 사라진 자리는 중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이 채웠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산 AIM-120 ‘암람’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이다.
1990년대부터 실전배치된 암람은 서방 공군의 표준적인 중거리 공대공미사일로 자리잡아왔다.
F-15·16·18 전투기 등에 장착이 가능한 암람은 발사 초기에는 관성 항법 및 지령 유도를 사용해서 날아가다가 목표물에 근접하면 미사일 자체 레이더로 표적을 추적한다.
암람의 우수한 성능 덕분에 서방 공군은 중국·러시아 공군보다 전투력에서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중국의 PL-15이 실전배치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최대사거리가 200㎞ 정도로 추정되는 PL-15는 음속의 5배가 넘는 속도로 비행한다. J-20·J-35 스텔스기에 탑재할 수 있어 중국 공군의 전투력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을 비롯한 서방 공군은 F-35를 사용한다.
F-35는 강력한 스텔스 성능과 정보 융합 능력,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를 갖췄다. 실전배치된 전투기 가운데 가장 강력한 스텔스기로 꼽힌다.
하지만 F-35도 치명적 약점이 있다. 항공무장이 F-15·16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성능개량을 진행했지만, 암람은 발사 직후 로켓모터가 작동하는 시간이 최대 12초 정도다. 연소가 멈추면 표적까지 활공을 하면서 접근한다.
속도와 기동성이 크게 떨어지므로 전투기처럼 매우 먼 거리에서 민첩하게 움직이는 표적에 대한 명중률이 떨어진다. 때문에 유효사거리가 50㎞ 수준이다.
F-35의 내부무장창에 탑재가 가능하고 암람보다 우수한 성능을 지닌 차세대 중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이 필요한 셈이다.
◆두 가지 옵션…AIM-260과 미티어
암람을 대체할 옵션은 크게 두 가지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만든 AIM-260과 영국 MBDA가 개발한 미티어다.
중국의 PL-15에 맞서 공중우세를 지키고자 2017년에 미 공군은 비밀리에 AIM-260 개발에 나섰다.
AIM-260은 고성능 고체연료를 사용한다. 추력 분출을 두 차례 실시해 장거리 비행에서도 높은 속도를 유지하는 기능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사거리도 암람(160㎞)을 넘어서며, 속도는 음속의 4∼5배에 이른다.
AIM-260은 설계 단계서부터 F-35 내부무장창 탑재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암람과 유사한 외형을 유지, F-35의 스텔스 성능을 유지하며 공중전 능력은 강화한다는 목표를 추구했다.
미티어는 F-35가 전력화되기 전부터 영국 주도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스페인이 개발을 진행했다.
음속의 4배가 넘는 속도로 최대 200㎞ 떨어진 적기를 신속·정확하게 격추한다.
이같은 성능은 램제트 엔진에 힘입은 바 크다.
미티어의 램제트 엔진은 암람의 고체연료 엔젠과 달리 비행 내내 공기를 빨아들여 연료와 섞어서 연소한다. 이를 통해 표적 명중 시점까지 추력을 유지할 수 있다. 흡기량을 통제하면 추력을 조절하거나 엔진의 전원 조작도 가능하다.
발사 초기 엔진 연소-소화 후 관성비행-재점화 후 연소-관성비행-종말단계 재점화를 통해 사거리 연장과 고속 성능 유지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발사부터 표적 명중까지 높은 추력을 유지, 적기가 미사일을 회피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암람 발사대에서도 운용이 가능해 F-35 내부무장창 탑재도 가능하다. 영국은 F-35B, 이탈리아는 F-35A 탑재 관련 시험과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30년대 초에는 실전 운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AIM-260은 설계 단계부터 F-35 탑재를 목표로 개발했지만, 현재까지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은 상태다. 지난 2022년~2023년 초기 운용 능력(IOC)을 달성할 계획이었으나 지연됐다.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유사시 서해에서 PL-15로 무장한 중국 공군 J-20·J-35와 대치해야 하는 한국 공군도 차세대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선택해야 한다.
암람은 한계가 있고, 국산 미사일 개발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다 그나마도 F-35 탑재는 불가능하다.
미티어는 KF-21에서도 운용하므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 후속군수지원과 비용 관리가 용이하다. 조종사 훈련 체계와 재고 관리 효율도 높아진다.
영국·이탈리아가 F-35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고, 관련 일정도 구체적이다. 선택했을 때의 군사적 불확실성이 낮다.
반면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에 미티어를 탑재한다는 결정이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가 될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AIM-260은 F-35 내부무장창 탑재에 최적화된 개발 방식을 사용했다. F-35 레이더·센서와의 통합능력도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 PL-15에 맞서고자 개발한 야심작인 만큼 중장거리 공중전 능력도 뛰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성능 외적인 요소다. AIM-260은 최근에야 호주 수출 승인이 이뤄졌다. 지난달 공개된 미국 연방관보에 따르면, 최대 450발과 관련 장비 등이 31억6000만 달러(4조6700억원)에 호주에 인도될 예정이다.
AIM-260이 미국 이외의 동맹국에도 수출이 이뤄지기는 했으나, 한국도 수혜를 입을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호주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AIM-260을 얻지만, 실제 인도시기는 2033년으로 전망된다. 그나마도 개발 및 시험, 미국 내 실전배치 등의 리스크로 인한 일정 지연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AIM-260을 도입하기 전에 군 보안체계를 강화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미국은 AIM-260의 보안과 기밀 유지를 강조하고 있다. AIM-260 호주 판매를 명시한 미국 연방관보는 해당 거래와 관련된 정보의 기밀등급을 ‘비밀(SECRET)’로 명시했다.
관보는 “기술적으로 우월한 적이 특정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정보를 입수할 경우, 해당 정보는 시스템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는 대응책을 개발하거나 더욱 발전된 기능을 갖춘 시스템을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며 “호주가 미국 정부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수준의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고 언급했다.
한국이 AIM-260 도입을 추진해도 한국군의 보안 체계가 미국과 동일한 수준이라는 점을 미 행정부가 인정하는 절차가 필요한 셈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이 협상을 시작해도 호주보다 빨리 AIM-260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
이지스 시스템의 핵심인 협동교전능력(CEC) 수출을 거부했던 미국의 전례를 볼 때, AIM-260 수출 여부와 실제 인도 가능 시기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그동안 한국 공군 F-35는 암람으로 버텨야 한다. 중국 공군이 PL-15을 앞세우는 상황에서 한 세대 뒤진 미사일을 사용해야 하는 셈이다.
AIM-260 도입을 기다리는 것은 장점이 충분하다. 하지만 전력공백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 것인지, 그 기간을 하염없이 기다릴 수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AIM-260과 미티어. 두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성능상의 우열로만 결정하기가 어려운 고차 방정식이다.
미국과 유럽에 대한 한국의 안보정책, 군사적 효용성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최악의 선택은 현상 유지다.
중국·러시아 공군의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F-35가 온전히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첨단 항공무장을 제때 구하려 하지 않는 것은 한반도 영공 방어를 스스로 흔드는 행위다.
검증된 성능과 확실한 일정을 지닌 미티어냐, 불확실성이 높지만 F-35와의 시너지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는 AIM-260이냐, 한국 공군의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