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정교유착’ 합동수사본부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여야 정치인들과 통일교 관계자들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나서는 전재수 의원과 같은 당 임종성 전 의원,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김규환 전 의원 등이다. 합수본 수사의 주요 갈래였던 정치인들의 금품 수수 의혹이 무혐의로 종결되면서 여권에서 주장해온 정교유착 의혹 관련 특별검사 도입은 명분을 잃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수본은 10일 “전 의원의 뇌물 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임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소시효가 완성되거나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경찰 수사팀의 불송치 결정과 검찰 기록 반환으로 수사를 종결했다”고 밝혔다. 의혹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거나 각 혐의에 대해 기소할 수 있는 기간인 공소시효 만료로 공소권이 없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앞서 전 의원이 2018년쯤 통일교 측으로부터 한일 해저터널 관련 청탁과 함께 현금 2000만원과 1000만원 상당의 명품시계 1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9년 자서전 구입 대금 명목으로 현금 1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지난해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 수사 과정에서 ‘전 의원에게 시계와 함께 현금이 제공됐다’고 진술했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합수본 조사에서는 전달된 금품의 내용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본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 외에 전 의원에게 전해진 금액을 특정할 수 있는 근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합수본은 시계를 포함해 제공된 금품이 3000만원 이상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뇌물죄의 경우 뇌물 산정 가액이 3000만원 미만이면 공소시효 7년이 적용된다.
합수본은 전 의원의 자서전 구매 의혹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판단을 내렸다. 수사 결과 통일교 측이 2019년 10월쯤 전 의원의 자서전 500권을 1000만원에 구입한 사실은 확인됐으나, 그 무렵 전 의원을 만나거나 구체적인 청탁을 했다고 볼 사정이 없고 책 정가(2만원)를 주고 구입했으며, 전 의원이 통일교에서 책을 구입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혐의가 소명되지 않는다고 봤다.
전 의원과 함께 금품 수수 의혹을 받았던 임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에게도 모두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이들 역시 통일교 행사에 참석하는 등 일정한 관계를 유지해온 점은 인정되나, 윤 전 본부장의 진술 외에 금품 수수 의혹을 뒷받침할 다른 증거가 없고 구체적인 금품 수수 액수와 제공 경위 등이 불분명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판단 근거다.
합수본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정원주 전 비서실장, 윤 전 본부장 등에 대해서도 공소권 없음·혐의없음으로 불기소했다.
다만 합수본은 증거인멸 의혹을 받는 전 의원의 보좌진 4명에 대해서는 혐의가 확인됐다고 보고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전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고, 경찰 압수수색이 예상되자 부산 지역구 사무실 내 PC를 초기화한 혐의를 받는다. 합수본은 전 의원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전 의원 측은 “직원이 개인 파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국회 사무실에서 인지한 즉시 자료 복구 지시를 내렸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합수본은 “이번 사건 외에 통일교의 단체 자금을 이용한 정치인 불법 후원 사건, 신천지의 특정 정당 가입 강요와 조세 포탈, 업무상 횡령 등 특정 종교단체에 대해 제기된 정교유착 의혹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전날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들어 부산의 유일한 민주당 현역 의원으로 일찌감치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된 그는 이재명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재임하던 중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이 불거지자 장관직에서 사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