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트지 않은 새벽, 서울의 한 아파트. 60대 주부 A씨는 천장을 보며 뒤척인다. 최근 막내딸까지 결혼시키며 큰 숙제를 끝내나 싶었지만, 정작 찾아온 것은 깊은 우울감이었다. A씨는 요즘 자주 무기력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났다. 딸의 권유로 매일 30분씩 산책하고 식사도 규칙적으로 하면서 조금 나아진 일상을 보내고 있다.
우울증 환자 100만명 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건강한 식사’와 ‘규칙적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우울 증상 위험을 약 절반 가까이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두 가지 생활습관을 동시에 실천했을 때 여성 및 중·노년층에게서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우울증 100만 시대… ‘마음의 감기’ 아닌 엄연한 뇌질환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우울증은 뇌 기능 장애가 나타나는 뇌질환으로 일시적인 우울감이나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우울감, 불안, 의욕저하와 같은 기분증상을 비롯해 식욕저하, 불면증, 피로감 등 인지기능 저하 등도 꼽힌다. 심각한 경우에는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이나 자살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의들은 이러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우울증을 의심하고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 건강한 식단과 운동의 시너지…우울 위험 절반 가까이 뚝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을 함께 실천할 경우 우울 증상 발생 위험이 절반 가까이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김소영 임상강사)이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1만7737명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우울증 진단 전력이 없는 성인을 대상으로 식사의 질과 주간 신체 활동량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 중 우울 증상이 확인된 비율은 4.6%였다. 분석 결과, 식사의 질이 높고 신체 활동이 활발한 그룹은 둘 다 부족한 그룹에 비해 우울 증상 발생 위험이 약 45% 낮았다.
반면 신체 활동만 활발한 그룹은 위험도가 약 26% 감소하는 데 그쳤고, 식사 질만 높은 그룹은 우울 증상 감소와 유의미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즉, 식단과 운동이 시너지를 낼 때 예방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 여성 및 중·노년층에서 효과 극대화
생활습관 개선의 효과는 성별과 연령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여성은 두 가지 생활습관을 모두 실천했을 때 우울 증상 위험이 약 52% 감소했다. 중장년층(45~64세) 및 노년층(65세 이상)에서는 둘 다 실천한 그룹에서 증상 위험도가 약 58% 감소했다. 연구팀은 신체활동을 통한 근력 및 이동 능력 유지가 노년층의 심리적 안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45세 미만 젊은 층과 남성 집단에서는 두드러진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김 강사는 “청년층은 신체 활동이나 영양 수준보다는 아침 결식 등을 비롯한 불안정한 생활이 우울감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