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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때리며 휴전 흔드는 네타냐후…배경엔 사법 리스크·국내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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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레바논 공습을 이어가며 미국과 이란 간 휴전·종전 협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과의 공개적 입장차까지 드러내며 공격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사법 리스크’와 여론 등 국내 상황이 지목된다.

지난 2025년 4월 21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의 부패 혐의에 관한 재판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25년 4월 21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의 부패 혐의에 관한 재판에 참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NBC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레바논 공습 자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28일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네타냐후 총리에게 주요 작전을 공개적으로 만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속한 종전이 절실한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고유가와 물가 상승 압박을 조기에 완화해야 선거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 첫날 헤즈볼라가 있는 레바논이 휴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공습으로 인해 300여명이 사망하고 11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란은 레바논 공습을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며 보복 실행 직전 단계까지 돌입했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차관은 “미국과 휴전이 시작된 8일 밤 자행된 이스라엘의 휴전 위반 행위에 대해 즉각 보복 직전의 단계였다”고 9일 파르스통신에 밝혔다. 그는 “파키스탄이 개입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통제와 관련된 메시지들을 전달하면서 중재했다”고 말했다. 이란은 레바논도 휴전 대상이라며 헤즈볼라를 제외한 협상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자제 요구에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레바논 정부와의 직접 협상 개시를 선언하며 외교적 해법 가능성도 열어뒀다. 동시에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혀 군사 압박 기조는 유지했다. 협상과 군사작전을 병행하는 ‘이중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은 레바논 남부의 한 마을에서 구조대가 생존자 수색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은 레바논 남부의 한 마을에서 구조대가 생존자 수색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실제로는 협상 지연을 유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나탄 삭스 소장은 “이스라엘이 협상에 장애가 될 명분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삭스 소장은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이 이란과 너무 유화적인 합의를 했다고 본다면서 뜸을 들였다가 이란의 새로운 불법행위 정보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을 다시 찾아가 추가 조치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취하는 강경 노선의 배경으로는 국내 상황이 거론된다. 9일 AFP통신은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 수수 등 부패 의혹 사건 재판이 오는 12일 재개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휴전을 계기로 이스라엘정부가 학교와 직장을 폐쇄했던 비상 조치가 8일 저녁에 해제된 데 따른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기소돼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부패 의혹 형사 사건은 크게 3건이다. 그 중 2건은 자신에게 유리한 보도를 유도하기 위해 이스라엘 언론 매체들과 거래했다는 의혹이고, 1건은 억만장자들로부터 호화 선물 26만달러(3억8000만원)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해당 재판은 2019년 기소 이후 지연됐다.

 

이스라엘 국내 여론도 전쟁 지속에 우호적이다. 9일 공개된 이스라엘 방송 칸, 채널 12, 채널 13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 여론조사 모두에서 국민 대다수가 이란의 휴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칸 방송 응답자의 56%, 채널 12 응답자의 53%, 채널 13 응답자의 51%가 2주간의 휴전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채널 12는 응답자들에게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계속 공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대다수인 79%가 레바논에 대한 공격 지속을 지지했다. 공격 반대는 13%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