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합의 뒤 그간 이란 전쟁을 비판한 극우 진영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인사들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한때 자신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인사들이 이란 전쟁 국면에서 자신을 공개 비판한 데 대한 서운함과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마가진영의 분열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분열을 과도하게 해석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마가 분열의 실체는 휴전 협상 뒤 전쟁의 성패 판단에 달린 일일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전쟁 비판한 극우에 “마가 아냐”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전쟁에 대해 반대해온 극우성향 팟캐스터 터커 칼슨, 메긴 켈리, 캔디스 오언스, 알렉스 존스를 강하게 공격했다. 오언스와 존스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문명을 말살하겠다고 위협한 이후 존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마블 영화에 나오는 미친 악당 같다”고 비판했고, 켈리는 “그는(트럼프) 정상적인 인간처럼 행동할 수 없나?”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란 전쟁 개전 이후 지속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의 언급하지 않다가 이날 처음으로 정면 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에 대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낮은 IQ다”라며 “그들은 멍청한 사람들이다. 본인들도 알고, 가족들도 알고, 모두가 안다”고 비난했다.
칼슨은 전 폭스뉴스 앵커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였으나 인기 팟캐스트를 운영하며 반이민, 반개입주의 등을 통해 독립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이다. 켈리 역시 전 폭스뉴스 앵커로, 전통적 의미의 마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친트럼프 성향의 보수 인사다. 오언스는 대표적인 흑인 여성 마가 인플루언서이며, 존스는 음모론 중심의 독립 미디어를 운영하며 마가와 결을 같이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전 폭스뉴스 앵커인 칼슨에 대해선 “망가진 사람”이라고 부르며 그가 “예전같지 않다”고도 말했다. 또 2015년 대선 토론에서 켈리가 자신에게 불쾌하게 질문했다는 얘기를 언급했다. 흑인 여성인 오언스에 대해선 ‘외모 평가’까지 하며 프랑스 대통령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이 “훨씬 더 아름답다”고 비꼬았다. 오언스는 과거 마크롱 여사가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라고 주장해 소송당한 바 있는데, 이를 빌미로 그를 혹평한 것이다. 존스에 대해선 “가장 어리석은 말을 하는 사람 중 하나”라며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에 대한 그의 허위 주장 등을 예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가리켜 “이른바 ‘평론가’들이지만 패배자일 뿐이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이 더 이상 “마가가 아니다”라며 “마가는 승리와 힘에 관한 것이며,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이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오언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가리켜 “이제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였다가 그를 비판하는 쪽으로 돌아선 마조리 테일러 그린 전 조지아주 하원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전쟁을 벌이며 미쳐버렸다”며 “나는 터커 칼슨, 메긴 켈리, 캔디스 오언스, 알렉스 존스와 함께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싸웠다. 우리는 변하지 않았고, 변한 건 트럼프”라고 주장했다.
◆둘로 나뉜 마가…“분열 없다” 주장도
대이란 전쟁 국면에서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돌아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적인 지지층이었던 마가의 분열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이른바 ‘극우 인플루언서’인 이들의 미디어 활동이 친트럼프, 즉 마가 진영을 결집시켜온 주요 원동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극우 인플루언서들의 미디어 활동을 진작시키는 차원에서 백악관 기자실 출입까지 대폭 허용해온 바 있다.
또 하나의 ‘마가 인플루언서’ 잭 포소비엑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전통 공화당 지지층, 정치에 무관심했던 신규 유권자로 나뉜다며 이란 공습이 특히 두번째 그룹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abc뉴스에 “젊은 마가 지지자들에게 외국 개입은 관심 밖이다. 그들은 해외보다 국내 문제를 우선시한다”고 설명했다. 1989년생인 오언스 등의 젊은 마가 그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실망을 표현하는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다만 포소비엑은 “40∼45세 이상에서는 오히려 (전쟁) 지지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지지층이 전쟁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극우 인플루언서 중 하나인 로라 루머는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가리켜 “이란과 미국 국민 모두에게 영웅”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루머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마가 분열이 언론의 과장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 출신의 팟캐스터 댄 봉지노는 마가 분열설에 대해 “이건 선거 전에 지지층을 분열시키려는 언론의 조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언론이 이란전쟁에 반대하는 인플루언서들의 발언을 너무 크게 보도한다고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결국 마가의 분열은 향후 이란 전쟁이 휴전 협상을 거치며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더 깊어질수도, 제한적인 영향력만을 가진 채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쪽으로 정리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의 후폭풍을 잠재우고 국내 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한다면 11월 중간선거에서 전쟁 회의론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고, 그럴 경우 ‘반대론자’ 마가 진영 역시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낮은 국내 전쟁 지지율을 고려할 때 완전한 논란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