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이란 전쟁이 지금 당장 끝난다면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최근 정부가 초과 세수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점은 높게 평가하면서도 법 자체의 경직성 때문에 지방교육 재정에 5조원 가까이 추경을 배정한 데 대해선 아쉽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0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3월 물가 상승률이 2.2%에 성장률이 좀 떨어져도 저희가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고 추경도 하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이란 사태가 종결된다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적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이 합의한 휴전 기간인 2주 동안 중동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점이 변수다. 이 총재는 “지금 레바논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서로 보복해서 에너지 인프라가 파괴된다면 종전이 돼도 영향이 장기적일 것”이라며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간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은 부인하기 어렵겠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정부의 추경에 대해서는 “재정 적자, 부채를 통해 조달된 게 아니라 초과 세수를 통해 조달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추경안에 지방교육 재정 교부금이 4조8000억원이 들어가 있다”며 “경기 대응을 해야 하는데 초과 세수가 생겼다고 이것을 초중고등학교 교육 예산으로 보내는 것이 과연 목적에 합당한가, 이런 경직성은 다시 한번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교육 재정 교부금은) 인재를 키우기 위해 필요해 오래 전에 만들어진 제도지만, 지금 고령화 되고 평생교육이 더 필요하고 저소득층·노인 빈곤 문제가 굉장히 많은데 기계처럼 늘어난 세금의 일부가 무조건 초·중·고등학교 교육예산으로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더 많이 고려해 봐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주택 가격 상승이 다른 모든 자산 수익률을 뛰어넘는 구조가 계속되면 자본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 나쁜 방향이기 때문에 반드시 고쳐가야 된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가계대출 제한으로 단기적으로 실수요자 비용 상승 등 여러 불편함이 있을 것”이라면서 “부동산 중심의 건설, 부동산 중심의 가격자산 상승, 이것을 몇십년 간 방치한 데 대한 비용을 지금 지불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수도권 집중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수도권 집중 해결 없이 공급·수요를 조절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신현송 차기 총재 후보자의 외화자산 비중이 높아 고환율일 경우 개인재산이 불어나는 이해상충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 정서에는 어긋날지 모른다”면서도 “해외 인재를 모셔오는 데 외화자산이 있다고 해서 여러 우려를 하는 것은 너무 크게 고려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신 교수의 애국심이 자산보다 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