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이 회담에서 협력 강화를 한목소리로 강조했지만, 발표한 회담 결과에서는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북·중은 회담 결과를 나란히 공개했는데, 중국은 북한의 ‘하나의 중국’ 지지와 국제·지역 문제 논의 등을 구체적으로 내세웠지만, 북한은 해당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북·중 한목소리, 발표문은 달랐다
북한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은 10일 평양을 방문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전날 금수산영빈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양국 ‘우호, 협조 및 호상 원조에 관한 조약’ 체결 65주년인 올해 ‘전략적 소통과 상호 지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최 외무상은 양국이 “사회주의라는 공동의 이념을 근본 초석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친선을 훌륭히 수호하고 훌륭히 발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내세웠다. 또 양국은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회담을 계기로 북·중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외교부가 같은 날 발표한 회담 결과는 전통적 우호 확인에만 머물지 않았다. 왕 부장은 “조중 우호, 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 체결 65주년 기념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며 고위급 교류 강화, 각급·각 분야 대화, 실무협력, 문화 교류 등을 구체적으로 열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은 북한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티베트·신장 문제에서 중국 입장을 지지했다고 공개하면서, 북한의 대중 지지 입장을 부각했다.
◆관계 복원 재확인…대미 의제는 침묵
같은 회담을 전한 양국 발표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중국 핵심이익 관련 표현 유무다. 북한 발표문에는 중국의 민감한 핵심이익 이슈인 ‘하나의 중국’ 지지, 대만·티베트·신장 문제, 국제·지역 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이 담기지 않았다. 대신 북한은 조약 65주년과 전략적 소통, 양국 친선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중국은 이 세 가지 내용을 모두 적시하면서 북한의 지지 입장과 올해 교류 확대 구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혔다.
또 회담 결과문에는 절제된 외교 문구가 사용됐지만, 연회 연설에서는 반서방 표현이 등장했다. 왕 부장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력의 가증되는 고립 압살 책동 속에서도 북한이 이룩한 새로운 성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양국 협력의 정치적 맥락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방북은 2019년 이후 왕 부장의 첫 평양 방문이다.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느슨해졌던 북·중 접촉이 다시 복원되는 흐름이다. 양국은 지난달 베이징-평양 여객열차와 항공편 일부를 재개했고, 지난해 총교역액도 27억3000만달러(약 3조9000억원대)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에 다다랐다. 지난해 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과 리창 중국 총리의 평양 방문 등 고위급 왕래도 복원하고 있다. 이번 외교장관 회담은 그 연장선에서 관계 관리 의지를 재확인한 장면으로 풀이된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북이 이뤄진 만큼 대미 조율 의제가 다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공개된 회담 결과에 관련 협의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한반도 문제의 구체적인 협의 내용도 빠져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후 브리핑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정치적 해결 과정에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