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한화솔루션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통상 금감원은 어떤 내용이 문제가 있어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이번 증자가 금감원의 중점심사 대상에 올랐다는 점, 지난해 그룹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금감원 중점심사 후 증자규모를 축소했던 점에 비추어 봤을 때 한화솔루션 계열사의 전철을 따라 정정신고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금감원은 9일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해당 공시는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애프터마켓 종료 직후 올라왔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의 기재나 표시 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 정정 내용 뜯어보니...
통상 금감원은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그 이유를 밝히진 않는다. 다만 정정요구 이후 상장사가 올린 정신고서를 살펴보면 금감원이 어떤 내용을 수정 요구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같은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뒤 금감원 중점심사 대상에 올랐다. 자본시장에 주주친화 정책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대규모 증자를 발표하면서 금감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증자규모가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가장 많은 규모였고 그만큼 주식가치 희석, 일반주주의 권익 훼손 우려 등이 컸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심사과정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두 번의 정정요구를 했고 회사는 총 3번의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차례에 걸쳐 진행한 정정내용을 보면 △증자규모의 축소 △증자의 당위성 △주주보호장치 등을 기존보다 강화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첫 정정신고서 제출에서 기존 3조6000억원 증자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그럼에도 금감원이 두 번째 정정요구를 하자 회사는 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해야할 필요성(당시 미국 상호관세 등 대외적 변수 등), 한화에너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로 증자규모를 줄여 투자자 보호를 꾀한 점 등을 추가로 반영했다.
◆2조4000억원 증자 규모 줄어들 가능성?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정정 내용을 보면 한화솔루션 역시 비슷한 내용을 담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금감원의 정정요구 전 한화솔루션은 모회사인 ㈜한화의 유상증자 참여계획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화(김승연 한화 회장 등 오너일가 54% 보유)가 84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한화솔루션 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한화가 보유한 한화솔루션 지분 36.31%에 더해 초과청약 최대한도인 20%의 물량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유상증자는 발행하는 신주를 주주들에게 지분율만큼 추가로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데, 이 때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 팔지 못한 실권주를 추가로 살 수 있는 것이 바로 초과청약이다.
결국 2조4000억원 중 35% 물량에 ㈜한화가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물론 실권주 수량에 따라 ㈜한화가 투입해야할 자금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수 있다. 한화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유상증자 참여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화가 지분율만큼 청약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한화솔루션에 대한 지분율 유지를 위해서라도 증자 참여는 필수적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유상증자 예정발행가액 기준으로 지분율 36%를 유지하려면 약 87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너일가가 초과청약을 하더라도 여전히 기존 주주에겐 1조5600억원의 자금 조달 부담이 남아있다는 점도 문제다. 만약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늘어나는 신주물량으로 주식가치 희석이 일어날 수도 있다. 여러모로 여전히 개인주주들에겐 부담일 수밖에 없는 증자인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신주발행으로 인한 지분가치 희석이라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 지적했다.
시장은 한화솔루션이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처럼 증자 규모를 줄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금감원의 정정요구에 가장 먼저 증자 규모를 축소한 것이 증권신고서 통과가능성을 높인 요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2조4000억원 규모도 증자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도 있다. DS투자증권은 “채무상환 자금에 1조5000억원을 사용할 예정인데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 규모가 약 13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1조5000억원 자금 상환으론 차입금을 의미 있게 축소시킬 수 없다”며 “나머지 9000억원으로 시설자금에 투자하겠다는 것도 시기 상 합리적인 투자라고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아직 증자 규모 축소 계획 등 정해진 것이 없다”며 “다만 이번 증자에 대해 주주 및 언론 등에서 지적한 내용을 깊이 새겨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으로 해 정정신고서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