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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비정규직·소상공인 실용적 접근 주문...현실 괴리 없어야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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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 정규직 전환 규정 취지 왜곡
노동 규제는 이념·가치 매여선 안돼
민주노총엔 사회적 대화 복귀 요청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진보 정권 때 만들어진 비정규직 고용 관련 노동법 규제를 비판하면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10일 민주노총을 만나 “2년 노동계약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강제전환)해야 한다는 법 조항이 형식으로 보면 좋은 데 현실로는 고용하는 측이 절대로 2년 넘게 계약을 안 하니 실업을 강제하는 ‘방치 강제법’이 돼 버렸다”고 했다. 전날 국민경제자문회에서도 이런 문제 의식을 내비치면서 “노동 규제도 이념과 가치에 매이지 말고 실용적으로 접근해 노동자들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옳은 방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초청 간담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초청 간담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의 지적대로 20년 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던 ‘2년 제한’규정은 외려 기업이 2년이 되기 전에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를 양산한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기간제 근로자는 2006년 274만명에서 2024년 481만명으로 두배 가까이 불어났다.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법이 도리어 약자의 고통을 키우는 ‘규제의 역설’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높은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고용불안에 따른 보상을 강화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완화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보상이 크면 비정규직을 선택하는 근로자가 늘고 정규직 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 호주와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에서도 단기·비정형 노동에 위험수당 등으로 더 많은 임금을 주는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하지만 정규직의 과도한 기득권을 그대로 둔 채 비정규직에 추가 보상하면 그 부담은 기업이 져야 한다. 기업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용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직 일자리가 쪼그라들고 자동화·외주화도 더 가속화할 것이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앞서 정규직의 기득권 축소 등 고통분담과 고용 유연화가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자발적 실업에도 실업수당을 줘야 한다고 했는데, 이 또한 기업과 직장인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영세 사업장의 인력난과 근로 의욕 저하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노사정의 대타협 없이는 사회적 갈등을 키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소상공인들도 집단적 교섭을 허용하고, 단체 행동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단결권은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정부는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집단행동 중 대기업을 상대로 한 행위에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는 취지는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하다. 당장 배달비 인상이나 수수료갈등 등이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게 뻔하다. 소상공인의 사업자 지위를 둘러싼 법체계 혼선이 빚어지고 중소기업과 타 직군 간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소상공인 단결권을 허용하더라도 그 범위를 생존권과 직결된 분야로 한정하는 정교한 설계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AI) 대전환기에 고용 경직성 해소와 노동 유연화는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산업화 시대의 낡은 노동 규제로는 급변하는 현실을 따라가기 어렵다. 이 대통령도 여러 차례 노동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99년 2월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민주노총을 향해 사회적 대화 복귀를 요청했다. 이제 노동계가 화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