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합의 처리했다. 앞서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 결과 총액이 30조원에 육박했으나 이날 여야는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26조2000억원)에서 감액한 7900억원 한도로 증액을 제한해 총액을 유지했다. 작년 기준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0%에 육박해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서 중동발 고유가·고환율·고물가 등 ‘3고’ 복합위기로 추경 필요성이 처음 불거졌을 때만 해도 10조∼15조원으로 언급됐던 게 정부안에서 26조원대로 껑충 뛰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퍼주기로 국고를 낭비한다는 지적을 유념해야 한다.
이날 여야가 합의한 추경안을 보면 정부안과 비교해 대중교통비 환급 서비스인 ‘K-패스’를 한시적으로 50% 할인해주기 위해 1000억원 늘려 편성한 게 눈에 띈다. 나프타 수급 안정화를 위해 수입단가 차액 지원의 기간·물량·대상을 확대하는데 2000억원 증액됐다. 농기계 유가 연동 보조금 신설, 농림·어업인 면세경유 유가 연동 보조금 상향, 연안여객선 유류비 부담 완화, 무기질 비료 지원 확대 등을 위해 2700여억원이 추가 반영됐다. 중동전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를 해소하려는 ‘전쟁 추경’ 취지와 전반적으로 부합해 보인다.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부안에서 단기 일자리 창출사업 예산을 줄이는 대신 지원이 보다 시급한 고유가 부담 완화에 집중한 점도 높이 살 만하다. 전쟁 발발 두달도 안돼 추경이 국회 문턱을 넘은 만큼 ‘신속 지원’ 취지를 살린 점도 평가받을 만하다.
고유가 부담 완화 차원에서 소득 하위 70%인 3577만명에게 1인당 10만∼60만원씩 피해 지원금 총 4조8000억원을 지급하는 사업은 정부 원안이 유지됐다. 하위 70%라지만 대상엔 중산층까지 포함된다. 추경 효율성을 높이려면 고유가 충격에 생계가 막막해진 빈곤층을 선별해 보다 두텁게 지원하는 게 바람직했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의 손실 등 보전에 쓰일 4조2000억원도 유지됐다. 이 제도로 유가 상승을 억제하면서도 고유가 피해 지원금까지 나눠주는 것은 엇박자 정책이란 지적도 여전하다.
아파트 베란다에 가정용 태양광을 설치하는 사업은 국비 보조율을 더 높이도록 바꿔 125억원을 증액했다. 국립대 및 부설학교 태양광 설비 확충 예산도 130억원 증액됐다. 당장 추경을 통해 지원해야 할 정도로 시급한 사안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수급 차질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대규모 송전선로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예산부터 쏟아붓는 건 순서가 맞지 않는다. 중동전쟁은 에너지 대전환의 시급성을 일깨웠다. 화석연료와 원자력, 재생에너지 간 균형이 중요하다. 태양광·풍력에만 매달릴 일 아니다. 또 전기자동차 보급을 26만대에서 28만대로 확대하기 위해 600억원을 증액했는데, 시급성에 의문이 든다. 지역관광 ‘반값휴가’ 지원을 확대해 40억원을 추가하고, 발달장애 대상 주간 및 청소년 방과후 활동 서비스 확대를 위해 212억원을 늘렸다. 민생안정을 위한 예산이라지만 에너지 위기와 큰 관련이 없는 선심성 항목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최근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하반기에 추가 추경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급한 발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채무가 130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로 불어나고, GDP 대비 비율은 49.0%로 급등한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인가. 정부는 신속하게 추경을 집행해 국민적인 고유가 부담 완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그 과정에서 1원도 허투루 낭비되지 않도록 일처리를 꼼꼼히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