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이나 여행에서 불편한 것 중의 하나가 화장실이다. 지하철 등 공공시설에서 화장실 찾기가 어렵다 보니 ‘화장실과의 전쟁’을 치를 때가 많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공중화장실은 현지인이 아니면 찾기 힘들 정도로 적다. 어렵게 0.5~2유로(약 700~3000원)를 내고 들어간 화장실도 더럽고 낡아 인상을 찌푸리기 일쑤다.
유럽의 화장실 유료화 역사는 길다. 서기 74년 로마는 잦은 전쟁과 콜로세움 건설 등으로 재정이 바닥났다. 황제 베스파시아누스가 낸 묘안이 유료화장실이다. ‘냄새나는 황제’라는 비난에 베스파시아누스는 “돈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화장실을 의미하는 영어 ‘toilet’도 볼일이 급하면 프랑스어인 망토(투알·toile)를 쳐주고 통을 내주는 이동식 화장실에서 비롯됐다. 유럽 일부 도시들이 화장실 문제 개선에 나섰지만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건축물이다 보니 규제가 많고, 수돗물에 포함된 석회 성분이 파이프를 막아 잦은 배관 교체에 따른 유지비용도 많이 든다.
‘화장실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공중화장실은 한 나라의 공중보건 상태와 민도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하지만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화장실 후진국’으로 불렸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화장실 개선사업을 추진했고 지금의 화장실 문화 선진국에 올랐다.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코를 막고 들어가던 시절을 떠올리면 작금의 변화는 놀랍다.
최근 한 카페 키오스크에 ‘주문 없이 화장실 이용 2000원’이라는 메뉴가 등장했다. 일부에서는 ‘카페 이용 고객 외 화장실 사용 금지’라는 안내문도 붙었다. 카페와 식당에서 영수증으로만 비밀번호를 알려준 지도 꽤 됐다. 공중화장실과 달리 식당·카페 화장실은 ‘사적 시설’이다. 요금을 받아도 문제가 없다. ‘야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당연하게 이용했던 화장실이 실상은 ‘배려’였던 셈이다. 단순한 상술을 넘어 인건비와 원재료 가격 상승, 운영 비용 증가에 따른 고육지책일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