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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람이 쓰러졌다”…퇴근길 암 환자 구호한 4년차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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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보씨, 불광역 인도서 CPR
긴급 의료정보로 병력 파악도
“경찰이라면 똑같이 행동할 것”

비가 쏟아지던 지난달 5일 저녁 인파가 붐비던 서울 불광역 6번 출구 앞 인도에 20대 여성 A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시민들이 A씨를 구조하려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길을 지나던 한 남성이 망설임 없이 다가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2022년 12월 임관한 경력 4년차, 서울 혜화경찰서 경비과 소속 홍승보 순경이었다. 그는 즉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고 A씨는 무사히 구조됐다.

지난달 5일 저녁 8시 홍승보 순경이 인도에 쓰러져 인파에 둘러싸여 있는 20대 여성 A씨를 구조하고 있다. 시민 제공
지난달 5일 저녁 8시 홍승보 순경이 인도에 쓰러져 인파에 둘러싸여 있는 20대 여성 A씨를 구조하고 있다. 시민 제공

홍 순경은 9일 “퇴근길 사람들이 모여있는 걸 보고 무슨 일이 생겼구나 싶어 확인해보니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며 “CPR 교육을 받은대로 호흡을 확인해보니 호흡이 없었다”고 말했다. 홍 순경은 119신고 여부를 확인한 뒤 CPR 중이던 한 아주머니에게 이어 받아 CPR을 실시했다.

 

홍 순경의 간절한 압박이 이어지자 희미했던 A씨의 의식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A씨는 본인이 ‘암 환자’라고 나지막이 뱉었다. 지구대에서 근무할 때 봤던 구조 현장과 경찰 선배들의 모습을 떠올린 홍 순경은 A씨의 스마트폰을 들어 ‘긴급 의료정보’ 메뉴를 확인했다. A씨가 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과 투약 정보를 파악했고, 그 밑에 등록된 긴급 연락처로 보호자인 부친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 신고를 받은 구급대원에게도 영상통화가 걸려왔고 쏟아지는 빗소리와 소음으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A씨 상태를 알리려 애썼다.

 

본지가 확보한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8시9분 A씨가 쓰러진 후 8시11분 길을 지나던 홍 순경이 다가가 A씨를 구호하는 긴박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5분 뒤쯤 도착한 은평소방서 구급대원은 도착 당시 환자의 호흡과 맥박이 정상이었다고 했다.

9일 홍승보 순경이 지난달 5일 쓰러진 20대 여성 A씨를 구조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9일 홍승보 순경이 지난달 5일 쓰러진 20대 여성 A씨를 구조했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홍 순경의 활약은 나중에서야 알려졌다. 당시 출동한 대조파출소 관계자는 “홍 순경이 경찰관인지 몰랐고 그냥 시민인 줄 알았다”고 했다.

 

사건 이후 건강을 되찾은 A씨는 직접 홍 순경을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

 

홍 순경은 “저뿐만 아니라 어떤 경찰관이라도 그 상황에서는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시민들께서도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스마트폰에 ‘긴급 의료정보’를 미리 저장해두면 구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당부했다. 제복을 벗은 퇴근길에도 시민의 생명을 지켜낸 홍 순경은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