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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돈 좀 번다 싶었더니… 삼전 노조 “성과급 45조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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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요구에 고심 커진 삼성

노조,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
2026년 300조원 예상 기준 45조원
연간 R&D 예산보다 많은 액수
2025년 배당금 11조원의 4배 달해

갓 시작 AI 반도체 경쟁 악영향
DS부문 제외 상대적 박탈감 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훈풍 등으로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1분기에 역대급 잠정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의 과도한 성과급 요구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 인수합병 등에 막대한 자금이 드는 상황에서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이 그대로 나갈 경우 자체 경쟁력 강화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25년 9월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소속 관계자들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성과급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2025년 9월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소속 관계자들이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성과급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1분기에 영업이익(잠정) 57조2000억원이란 기록적인 실적을 올리자 삼성전자 노조는 올해 반도체 부문 성과급으로 영업이익의 15%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1분기 실적에 비춰 올 영업이익이 최대 3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하면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만 45조원가량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R&D 예산(37조700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액수다. 삼성전자의 올해 R&D 예산도 30조∼40조원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과급 과다 지급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노조 요구안대로라면 삼성전자가 약 400만 ‘개미’(개인투자자)에게 지난해 지급한 배당금(11조1000억원)보다 4배나 많은 규모라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조는 현재 성과급 상한선 폐지까지 요구하는 실정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경우 AI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엄청난 투자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반도체 팹(생산공장) 1기 건설 및 장비 반입에만 30조원 정도 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R&D는 물론 유수의 반도체 설계 업체와 핵심 장비기업 인수 등에도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일례로 젠슨 황의 엔비디아가 2020년 영국의 반도체 기업 ARM 인수전에 뛰어들었을 때 제안한 금액이 48조원이었다.

반도체 호황기가 얼마나 오래갈지 장담할 수 없고 업무 분야별 성과급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 경영진이 노조의 성과급 요구를 무조건 맞춰 주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부(DS)를 제외하곤 실적인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가전·TV·스마트폰을 담당하는 DX부문에서 약 3조5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잠정)을 올렸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에 수요 둔화까지 겹쳐 실적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TV를 맡고 있는 VD 사업부의 경우 꾸준히 인원 축소·전환 배치 확대 가능성이 언급될 정도로 위기다. 실제 TCL과 하이얼 등 중국 현지 기업의 가파른 성장세에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컬러TV 5위(3.62%) △냉장고 14위(0.41%) △세탁기 15위(0.38%)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는 DX부문은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 회의에서 전년도 대비 두 자릿수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1분기 수익을 이끈 DS 사업부와 달리 VD 및 DX 부문은 올 한해 고유가와 고환율, 부품값 상승 등이 겹쳐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의 15%가 성과급으로 지급될 경우 상대적으로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타 사업부의 심리적 박탈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