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대의 대관료로 꽃이 어우러진 야외 결혼식을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요?
물론 대관료 외에 촬영·의복 등 기본적 부가 서비스와 하객 식사비 등을 고려하면 만만찮은 비용이 들겠지만, 그래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일반·호텔 예식장과 비교해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저렴하게 남길 수 있을 겁니다.
경기 성남시가 허례허식을 버리고 실속과 낭만을 챙기는 새로운 형태의 야외 공공결혼식을 선보여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고물가 시대에 ‘웨딩플레이션(웨딩+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결혼식 비용 부담이 커진 가운데 최저 31만원대의 대관료로 스몰 웨딩을 즐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성남시의 공공예식 ‘솔로몬 웨딩뜰’은 시청 강당이나 회의실 등 경직된 공간에서 열리던 기존 공공예식과 달리 야외 정원과 수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장소만 빌려주던 형식적 공공예식을 벗어나 민간 수준의 서비스와 공공의 신뢰를 결합하려 노력한 점이 엿보입니다. ‘공공예식장은 촌스럽다’는 편견을 깨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 지자체 최초의 엔드 투 엔드(End-to-End) 매칭 시스템
성남시는 시의 공공예식장 ‘성남 솔로몬 웨딩뜰’에서 첫 결혼식이 열렸다고 12일 밝혔습니다. 전날 열린 예식은 3곳의 공공예식장 가운데 분당구에 있는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돌뜰정원에서 진행됐죠.
예식의 주인공은 분당구 서현동에 거주하는 신부가 예식장을 신청한 이모·황모씨 부부였습니다. 신부가 꽃장식 등을 활용한 실속형 표준가격을 선택해 100여명의 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야외에서 낭만을 살린 스몰 웨딩 형태로 진행됐다고 합니다. 시민 할인이 적용돼 대관료는 31만원 수준이었고, 신부대기실과 주차장은 무료로 제공됐습니다.
성남시는 예비부부나 양가 부모 중 1명 이상이 시에 거주하면 대관료의 50%를 깎아줍니다. 또 공공예식장의 고질적 단점인 ‘질이 떨어진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전문업체를 공모로 선정한 뒤 예식 표준안을 도입했습니다. 실속·기본·고급형으로 나눠 바가지요금을 차단하고, 미리 비용과 꽃장식 등 구성을 확인하도록 했죠. 직원·연수원 식당 등을 연계하는 등 고민한 흔적도 엿보입니다.
시 누리집이나 전화로 신청하면 통합상담시스템을 거쳐 협력업체와 바로 연결되는 식이죠.
현재 성남 솔로몬 웨딩뜰로 지정된 곳은 이번 예식이 열린 돌뜰정원을 비롯해 시청 공원, 물빛정원 하늘마당의 3곳입니다. 각각 자연과 어우러진 고즈넉한 야외 정원, 지하철 접근성이 뛰어난 상징적 공간, 이색 연출이 가능한 현대적 감각의 수변 정원이라는 특징을 지녔습니다.
시 관계자는 “성남의 공공예식장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일반 예식장과 비교해 예비부부에게 매력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이색적인 장소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연애’에서 ‘정착’으로 이어지는 주거·복지 락인(Lock-in) 효과
성남시의 첫 공공결혼식이 이목을 끄는 건 시가 미혼남녀의 만남부터 결혼까지 책임지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매칭 시스템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공공예식을 선보였다기보다 시가 야심 차게 추진해 온 미팅 프로그램 ‘솔로몬의 선택’과 하나의 선순환 브랜드 체계를 형성하도록 했습니다. 단발성에 그치는 기존 지자체들의 사업과 비교해 ‘만남→연애→결혼’으로 이어지는 선형 모델이 구축된 것이죠.
앞서 시는 2023년 미혼남녀에게 만남의 장(場)을 제공하는 ‘솔로몬의 선택’을 시작했습니다. 7200여명의 참가자 가운데 13쌍이 가정을 꾸렸고, 10쌍은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매회 300여명이 참여하는 행사는 최근 24회를 넘겼습니다.
이를 마케팅에 기초해 분석해보겠습니다.
솔로몬의 선택이 미혼 남녀에게 일종의 인풋(Input)이라면, 솔로몬 웨딩뜰은 그 만남이 결실을 보는 아웃풋(Output)이 될 겁니다.
브랜드 일원화도 눈에 띕니다. ‘솔로몬’이라는 브랜드를 공유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성남시가 만남부터 결혼까지 책임진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심리적 문턱도 완화했습니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결혼을 고민할 때, 시에서 운영하는 예식장을 자연스럽게 선택지로 고려하게 하는 고도의 브랜딩 전략입니다. 만약 솔로몬의 선택을 통해 맺어진 커플이 솔로몬 웨딩뜰에서 결혼하게 된다면, 이는 지자체 정책의 완벽한 성공 사례로 포장됩니다.
“성남시가 맺어준 인연이 시의 정원에서 부부가 된다”는 서사는 단순한 행정을 넘어선 감동적인 지역사회의 이야기가 됩니다. 스토리텔링의 완성이죠.
홍보 효과의 극대화도 노릴 수 있습니다. 1호 부부 탄생이 화제가 된 것처럼, 향후 솔로몬의 선택 출신 커플이 이곳을 이용할 경우 성남시의 저출생 대책은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입니다. 솔로몬의 선택은 이미 뉴욕타임스·로이터·가디언 등 해외 매체들이 저출생 해법으로 보도하면서 유명세를 치른 바 있죠.
◆ ‘솔로몬 브랜드’ 라인업 완성?…만남·결실·정착 책임
한발 더 나아가 볼까요.
‘연애’에서 ‘정착’으로 이어지는 주거·복지 락인(Lock-in) 효과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공공예식장 이용 조건(시민 또는 부모 거주)은 자연스럽게 젊은 층의 성남시 정착을 유도합니다.
해당 청년·신혼부부에게 주거·양육 지원으로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이자 지원 등 후속 대책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나고 자란, 혹은 인연을 만난 도시의 공공시설에서 인생의 중대사를 치름으로써 지역사회에 대한 소속감 역시 높입니다.
경제적 낙수 효과도 예상됩니다. 예식 비용을 아낀 예비부부가 그 자금을 활용해 성남시에서 주거 마련이나 소비에 활용하게 만들어 경제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정책의 연속성이 주는 신뢰 역시 무시하지 못합니다. 일회성 이벤트성 미팅 행사는 많지만, 그 이후의 과정인 예식까지 인프라를 갖춘 곳은 드뭅니다.
아울러 진정성 확보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솔로몬의 선택을 통해 만남만 주선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결혼할 때 발생하는 예약난과 비용 부담이라는 현실적 문제까지 웨딩뜰로 해결해 주면 정책의 진정성을 입증하게 됩니다.
단순한 시설 개방이 아닌 ‘성남형 저출산 대응 풀 패키지’의 완성이자, 지자체가 어떻게 브랜드 파워를 구축해 시민의 삶에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남을 겁니다.
33년을 성남 분당신도시에서 살아온 시민으로서, 이 같은 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