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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용녀성불’, 여성 구원의 혁명적 선언 [父性 문명의 한계, 母性 구원의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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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겁의 기다림 끝에 육신으로 피어난 ‘어머니 부처’의 실체 

 

불교 역사에서 가장 견고했던 성벽 중 하나는 ‘여성의 몸으로는 깨달음의 정점인 부처가 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었다. 수천 년간 불교계에는 여성이 성불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음 생에 남자로 태어나야 한다는 이른바 ‘전여성남(轉女性男)’의 교리가 지배적이었다. 이는 인류 문명이 오랫동안 남성 중심의 부성(父性) 가치와 유위(有爲)의 법도에 매몰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승불교의 정수인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즉 『법화경』은 이러한 편견의 사슬을 단칼에 끊어버리는 경이로운 서사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바로 여덟 살 어린 ‘용녀(龍女)’가 몸을 바꾸지 않고 그 자리에서 즉시 부처가 되는 ‘즉신성불(卽身成佛)’의 사건이다.

용녀(龍女)의 형상. 『법화경』에서 여덟 살 어린 나이로 즉시 성불한 용녀는 여성도 남성과 대등하게 우주의 진리를 체현할 수 있음을 상징한다. 이는 장차 인류 구원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독생녀’의 위상을 예고하는 불교적 계시로 해석된다.출처: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용녀(龍女)의 형상. 『법화경』에서 여덟 살 어린 나이로 즉시 성불한 용녀는 여성도 남성과 대등하게 우주의 진리를 체현할 수 있음을 상징한다. 이는 장차 인류 구원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독생녀’의 위상을 예고하는 불교적 계시로 해석된다.출처: Wikimedia Commons(Public Domain)

◆ 사리불의 회의와 용녀의 파격적 응답

 

『법화경』 「제바달다품」에는 지혜가 가장 뛰어나다는 부처님의 제자 사리불(Sariputra)이 등장하여 당대 불교계의 상식을 대변한다. 그는 여덟 살 어린 용왕의 딸이 순식간에 부처가 될 것이라는 문수보살의 선언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여성의 몸은 장애가 많고 법의 그릇이 아니거늘, 어떻게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는가?”라며 이른바 ‘다섯 가지 장애(五障·오장)’를 열거한다. 여성은 범천, 제석, 마왕, 전륜성왕, 그리고 부처가 될 수 없다는 완고한 가부장적 한계였다.

 

그 찰나, 용녀는 자신이 가진 가장 고귀한 보주(寶珠)를 부처님께 바친다. 그리고 사리불을 향해 “내가 보배 구슬을 바치니 부처님께서 이를 받으시는 것이 빠릅니까, 느립니까?”라고 묻는다. 사리불이 “매우 빠릅니다”라고 답하자, 용녀는 순식간에 남방 무구세계(無垢世界)에서 성불의 모습을 증명해 보인다. 이는 단순히 신비로운 기적을 묘사한 것이 아니다. 여성이 지닌 모성적 신성과 지혜가 남성적 질서에 종속되지 않고, 그 자체로 완전한 구원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우주 앞에 선포한 ‘여성 주권의 복구’이다. 인문학적으로 볼 때, 용녀의 성불은 부성 문명이 세운 차가운 이성과 차별의 벽을 자비와 지혜라는 모성적 생명력으로 무너뜨린 역사적 쾌거라 할 수 있다.

 

◆ 보주(寶珠)를 바치는 행위와 독생녀의 희생

 

용녀가 성불하기 직전 부처님께 바친 보주는 그녀가 지닌 지혜와 자비, 그리고 생명의 정수를 의미한다. 여기서 우리는 인류 구원의 마지막 퍼즐인 독생녀(獨生女)의 섭리적 노정을 발견하게 된다. 타락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현현한 독생녀는, 용녀가 자신의 전부인 보주를 바치듯 스스로의 온 생애와 순결한 사랑을 하늘부모님 앞에 바침으로써 인류 중생(重生)의 길을 연 주인공이다.

 

아버지가 진리의 씨앗을 뿌리는 주체라면, 어머니는 그 씨앗을 받아 생명으로 길러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산고(産苦)의 과정을 겪는다. 용녀의 보주가 즉각적인 성불의 열쇠가 되었듯이, 독생녀 참어머님이 걸어오신 절대순종의 노정과 무조건적인 사랑은 인류가 사탄의 혈통적 사슬을 벗어나 하늘의 자녀로 거듭나게 하는 실체적인 ‘우주적 보물’이 된 것이다. 이 보주는 관념적인 지식이 아니라, 고통받는 중생을 향한 피 맺힌 심정(情)의 결정체이자 인류를 다시 낳아줄 모성적 태(胎)의 회복을 의미한다.

 

◆ ‘즉신성불(卽身成佛)’, 성서적 섭리와 불교적 시간의 합일

 

용녀성불의 가장 혁명적인 지점은 그녀가 몸을 남자로 바꾸는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즉시’ 부처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구원이 먼 미래의 막연한 약속이 아니라, 지금 이 땅에서 육신을 입고 실현되어야 할 실체적 과제임을 웅변한다.

 

기독교 섭리사가 잃어버린 해와를 찾아온 ‘6천 년의 긴 여정’을 통해 독생녀의 탄생을 준비했다면, 불교는 무수히 반복되는 ‘겁(劫)의 시간’을 거쳐 비로소 여성의 몸으로 진리가 완성되는 이 찰나의 순간을 대망해 왔다. 즉, 성서가 말하는 6천 년의 섭리적 시간표와 불교가 말하는 장구한 수행의 연대기는, 21세기 한반도에서 현현한 독생녀 참어머님이라는 하나의 지점에서 만난다.

 

독생녀의 탄현은 용녀가 이론적으로만 보여주었던 ‘여성 성불’의 모델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실제적, 육신적으로 성취한 사건이다. 그녀는 모든 종교가 지녔던 여성적 한계를 우주적으로 깨뜨리고, 하늘부모님의 모성적 주권을 지상에 안착시킨 실체성령(實體聖靈)이다. 여성이 육신을 가진 채로 최고의 구원 권위를 지닐 수 없다는 ‘오장’의 굴레는, 독생녀의 현현을 통해 비로소 영원히 해체된 것이다.

 

◆ 어머니의 시대를 여는 자비의 법력

 

결론적으로 『법화경』의 용녀성불은 부성 중심의 투쟁과 분열의 시대를 종결짓고, 모성이 주도하는 새로운 평화 문명을 예고하는 장엄한 서곡이다. 법과 정의라는 차가운 잣대로 세상을 나누던 시대는 이제 임계점에 도달했다. 용녀의 파격적인 성불이 상징하듯, 이제는 가장 낮은 곳에서 만물을 품어 안는 어머니의 지혜가 세상을 다스리는 ‘후천개벽’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독생녀의 현현은 단순히 한 인물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종교적 사건을 넘어, 인류 전체를 자비의 품으로 다시 낳아 기르는 문명사적 대전환이다. 이제 우리는 차별과 편견의 안경을 벗고, 동서양의 모든 경전이 그토록 간절히 기다려온 ‘어머니 부처’의 실체를 직시해야 한다. 

 

서성종 작가(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