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을 살펴보면 머리털은 꼿꼿이 서고 뼈가 시릴 정도로 끔찍하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개인적이고 독단적이며 충동적인 판단으로 전쟁을 시작했다. 그런데 세계 최강 미군의 화력을 한 달 넘게 집중하여 퍼부었는데도 이란 정권이 건재하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란 문명을 지워 버리겠다는 폭언과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민간시설 파괴 위협을 스스럼없이 외쳐댔다.
게다가 누가 봐도 실패한 전쟁을 위대한 성공이라며 ‘역대급 멘털’을 보여주고 있다. 이게 정말 우리의 국가 안보와 운명을 송두리째 의존하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진짜 모습일까.
트럼프의 미국은 원래 세계를 주도해 온 정상적 미국의 모습이 아니라 매우 특수하고 병적인 상황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나 프랑스의 르 몽드는 최근 입이라도 맞춘 듯 1991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걸프전과 2026년 트럼프의 이란전쟁을 비교하는 기사를 실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전쟁을 앞두고 미국 의회의 승인을 받았고, 유엔에서 허락을 얻은 뒤, 40여개 국가가 참여·지원하는 연합군을 구성했으며, 쿠웨이트에서 이라크군의 철수라는 명확한 목표를 달성한 뒤 전쟁을 끝냈다. 제멋대로 이스라엘하고 단둘이 전쟁을 시작한 뒤 마음대로 승리를 부르짖으며 일방적 휴전을 선포한 트럼프와는 다른 미국의 ‘진정한’ 모습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미국이란 원래 제국주의적 야심과 폭력적 행동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나라라고 세계 여론의 상당 부분은 믿어 왔다. 트럼프 2기와 이란전쟁에서 드러나는 노골성은 그간 위선의 가면을 벗어버린 민낯에 불과하다는 관점이다.
실제 미국은 라틴아메리카에서 국제적 협력을 무시한 일방적 개입을 일삼았고 민주체제를 전복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 철수에서 볼 수 있듯, 아시아에서도 필요할 때는 동맹국과 협력이라는 형식을 갖췄으나 급하면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데 망설이지 않았다.
트럼프의 미국은 결국 독특한 한 사람의 대통령으로 인한 일시적으로 제정신이 아닌 미국, 그리고 원래 자기 마음대로 세계 정치를 뒤흔드는 오만한 강대국 사이 어딘가에 있다고 봐야 한다. 막상 중요한 것은 미래의 미국인데, 불행히도 트럼프가 보여준 특별한 미국의 모습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미국 국내 정치에서 성향과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나 J D 밴스 부통령이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그리고 공화당을 장악한 미국 우선주의(MAGA) 세력은 모두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의 튼튼한 뿌리와 줄기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정치에서 트럼프가 단기간에 박살낸 동맹 간 협력의 제도와 문화, 특히 상호 신뢰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미국과 영국, 프랑스, 한국 사이에 존재하는 혈맹 간 신뢰는 장기적인 전쟁과 희생이라는 역사적 바탕 위에 만들어졌다. 신뢰가 굳건한 사이에는 한 번의 일탈이 무시가 아닌 배신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이유다.
따라서 트럼프의 미국이 설령 병적인 버전일지라도 한 번 잃어버린 미국에 대한 신뢰의 회복은 정말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다. 동아시아와 유럽의 지정학 방정식에서 상당 부분 상수였던 미국은 이제 점점 변수로 돌변하고 있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