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끈적한 물가’(Sticky Inflation)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의 근원물가 상승률을 3개월 만에 1%대 후반에서 2%대 중반으로 올려 잡으면서다.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는 등 고유가 충격이 시차를 두고 공업제품·서비스가격 등 상품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OECD가 지난달 말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을 보면 한국의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은 2.4%로 전망됐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OECD는 올해 한국의 근원물가 상승세가 1.8%로 안정적인 수준에서 머물 것이라 예측했는데, 3개월 만에 0.6%포인트나 올려 잡은 것이다. 근원물가란 변동성이 심한 식료품이나 에너지 관련 품목을 제외한 품목(458개 중 309개)을 추려 작성한 물가지수를 말한다.
한국의 근원물가 상승세는 주요국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미국의 전망치(3.0%)는 3개월 전과 변동이 없었고, 일본은 종전 전망보다 오히려 0.1%포인트 준 1.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근원물가가 오르는 건 고유가 파장이 시차를 두고 다른 품목으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특히 근원물가는 석유류 등과 달리 한 번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 ‘하방경직성’을 띠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낮아진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임금(명목) 인상 요구를 하는 등 기대 인플레이션이 형성되는 것도 문제다. 근원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기준금리 인하 역시 힘들어진다.
다만, 고유가 충격이 근원물가로 전이되는 양상은 경기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가 좋으면 기업들이 상품이 잘 팔릴 것을 예상해 가격을 올리게 되지만 반대 상황에서는 가격 인상을 주저하게 된다. 현재 우리 경제는 반도체는 호황이지만 석유화학의 경우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등 부문 간 성장 격차가 큰 상황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경제학)는 “근원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줄이거나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총수요를 억제해야 하는데, 지금은 워낙 실물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일단은 경기를 살리는 데 치중해야 한다”면서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이 3.0%가 넘어가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도 “4월부터 9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8∼3.3% 범위에 머물 것”이라며 “한은이 올해 7월과 10월에 각각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씩 인상해 연말 최종 금리가 3.00%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