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나프타 이어 반도체 필수 소재도 수급 불안… 산업계 위기 고조 [美·이란 불안한 휴전]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파장

브롬·헬륨 중동산에 대부분 의존
정부 “3개월치 재고는 확보 상태”
장기화 땐 가격 상승 등 리스크
해운업계 “봉쇄 손실액 하루 21억”

강훈식, 카타르 찾아 李 서한 전달
양국 에너지·경제 협력 중점 논의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호르무즈해협 빗장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원유와 나프타는 물론 헬륨과 브롬 등 중동산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미 확보해둔 재고 물량의 경우도 3개월가량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한다면 정상적인 산업 활동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공급망 전반에 대한 점검과 함께 피해 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분주한 종량제봉투 공장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영향으로 쓰레기봉투 제작에 필요한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13일 경기 화성시 한 공장에서 쓰레기봉투가 제작되고 있다. 화성=최상수 기자
분주한 종량제봉투 공장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영향으로 쓰레기봉투 제작에 필요한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는 가운데 13일 경기 화성시 한 공장에서 쓰레기봉투가 제작되고 있다. 화성=최상수 기자

1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의 냉각재로 쓰이는 헬륨 수입량의 64.7%를 카타르에서 들여왔다. 난연제와 의약품, 반도체 등 광범위한 산업에 활용되는 브롬의 경우 97.5%를 이스라엘에서 수입했다. 원유와 나프타 못지않게 주요 산업의 필수 소재이면서 중동 의존도가 높은 것이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브롬·헬륨 등의 경우 이미 3개월치 재고를 확보한 상태”라며 “특히 헬륨은 이번 중동 사태를 겪으며 일본과 미국 등 대체 공급망까지 확보한 만큼 당장에 큰 타격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도 단기적으로 수급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반응이다. 다만 현 사태가 길어지면 소재 가격이 오르고, 공급망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중국이 다음 달부터 황산 수출을 중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뜩이나 글로벌 금속·비료 시장이 공급난을 겪는 마당에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가 선을 그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는 황산 수입보다 수출이 100배 많은 순수출국”이라며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원유 1400만배럴을 싣고 국내로 들어올 유조선 7척이 호르무즈해협에 하릴없이 갇힌 상태가 지속되면서 특히 석유화학제품 업체들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가 언제까지 충분히 공급될지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이날 경기 안산의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 내 주사기·수액제 포장재, 식료품 포장재, 페인트, 반도체 부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 4곳을 찾은 것도 업계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보건·의료, 생활필수품, 국가핵심산업의 공급망에 단 하루의 차질도 발생하지 않도록 최우선 관리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석유화학 핵심품목 수급관리를 위해 40여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품목별 재고와 수급동향을 주시하면서 필요한 조치가 즉각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한편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인 카타르 도하를 찾아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국왕에게 이재명 대통령의 서한을 전달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 간 에너지 및 경제 분야 협력 방안이 중점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해협에 우리 선박 26척의 발이 묶인 해운업계 손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해운협회 등에 따르면 운항 중단에 따른 일일 손실액은 143만달러(약 21억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쟁보험료와 선박 연료비까지 급등하며 중소 유조선사를 중심으로 부담이 빠르게 커지는 상황이다. 전정근 HMM 해상노조 위원장은 “재봉쇄돼 저희 입장에선 허탈하다. 기약 없이 길어지는 불확실성에 많이 지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중동 상황 관련 ‘금융부문 비상대응 TF’를 개최하고 피해기업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중동 전쟁 관련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집행하는 정책금융 지원 규모는 24조3000억원에서 최근 추경을 통해 25조6000억원으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