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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유혹 후 먹튀… ‘보복대행 피싱’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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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테러 가격 할인·조율 제안
의뢰비 선불 받고 잠적 다반사
경찰, 전국 67건 접수 50명 검거
“진행하실 생각 있으신가요? 서비스 시세가 낮아져서 연락드립니다.”
배달의민족 외주사에 상담사로 위장 취업해 고객 정보를 빼돌려 사적 보복 범죄에 악용한 일당의 총책 정모씨가 지난 3일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배달의민족 외주사에 상담사로 위장 취업해 고객 정보를 빼돌려 사적 보복 범죄에 악용한 일당의 총책 정모씨가 지난 3일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보복대행 업체’라 자신을 소개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같이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시세가 기존보다 50% 이상 낮아졌다. 당장 내일이라도 착수할 수 있다”고도 했다. 기자가 전날 보복대행에 대해 문의한 이후 한동안 답하지 않자 결정을 재촉한 것이다.  

 

업체 관계자가 최초 제시한 금액은 허위루머제작 및 유포 50만원, 오물테러 80만원 등이었다. 기자가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업체는 가격 조율도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조건은 ‘전액 선불’이라고 했다. 업체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한 만큼 비용을 먼저 달라고 요구하며, 추적이 어려운 암호화폐 및 일회성 계좌 거래를 제안했다.

 

최근 오물 테러 등 보복대행 사건이 유명세를 타면서 이를 이용한 ‘보복대행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복대행 업체라 접근해 전액 또는 일부 금액을 ‘착수금’으로 요구하는 식이다. 

 

업체는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어떤 형태의 범행도 가능한 것처럼 홍보하고 있었다. 범행이 적발되더라도 의뢰인의 신분이 노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업체 관계자는 “공공기관 및 통신사 등에 브로커들이 존재해 작업자가 체포되더라도 의뢰인까지 수사가 이뤄질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경찰은 대부분이 착수금을 노린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의뢰비를 선불로 받고 잠적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불법적인 의뢰를 한 탓에 피해를 입어도 신고를 못 할 것이라는 점을 노린 범죄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보복 대행 뉴스가 나간 이후 관련 제보가 쏟아지고 있는데 대부분이 돈을 노린 가짜”라고 경고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피싱 범죄가 유행에 따라 발전하는데 이번에는 보복대행과 결합한 모습”이라며 “의뢰인들은 돈만 날릴 가능성이 높고 만약 피싱이 아니더라도 의뢰하는 것만으로도 교사죄나 공동정범 등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앞서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6일 정례 간담회에서 보복 대행 조직과 관련해 “운영자와 공범, 정보 제공책, 실행자 등 4명을 구속 송치했다”며 “앞으로 의뢰자에 대한 수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뢰자 역시 공범이나 교사범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경찰의 보복대행 수사는 이미 본격화한 상황이다. 서울 양천경찰서에 보복 대행 범죄 전담팀이 꾸려졌고 사이버 수사대 전문가 등이 배치되며 집중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오전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전국 14개 시·도경찰청에 총 67건이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중 60건, 50명이 검거됐고 7건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행위자가 47명, 중간책 이상은 3명으로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중간책을 구속한 이후 발생한 사건은 없다”며 “양천서와 시도청 광역범죄수사대에서 상선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익명성이 강한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연결망을 구축하고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2020년 성 착취물 제작·유포 사건인 ‘박사방’과 유사한 구조라고 판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