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딸아이는 어떡하라고… 나도 데려가!”
13일 전남 완도 냉동창고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들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이 유가족과 동료들의 눈물로 가득 찼다. 이날 오전 완도 대성병원에 마련된 장례식장 빈소에는 전날 화재 현장에서 숨진 박승원(44) 소방위의 영정이 국화꽃에 둘러싸인 채 무거운 침묵과 흐느낌이 이어졌다.
동료 소방관들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조문객을 맞으며 고인을 추모했다. 박 소방위와 함께 근무했던 한 소방관은 “사명감이 투철하고 늘 후배들을 먼저 챙기던 선배였다”고 기억했다. 장례식장 다른 빈소에는 함께 순직한 노태영(30) 소방사의 영정이 마련됐다. 동료들은 “늘 밝게 분위기를 이끌던 친구였다”며 “힘든 훈련 때도 서로 버틸 수 있게 용기를 주던 동기였다”고 전했다.
빈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 발길이 이어졌고, 조문이 끝날 때마다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족들은 지친 기색 속에서도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조문객을 맞았다. 세 아이의 아버지였던 박 소방위의 빈소에서는 가족들의 오열이 끊이지 않았다. 박 소방위 아내는 어린 막내를 품에 안은 채 눈물을 쏟았고 주변의 위로에도 말을 잇지 못했다. 부친 역시 “성실한 아들이었다”는 말을 남긴 채 고개를 숙였다.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가 빈소를 찾아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자 잠시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다시 울음으로 뒤덮였다. 유족들은 “어린 자식들을 두고 어떻게 가느냐”며 오열했고, 빈소 안팎은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됐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군 단위 소방 구조의 한계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전남지역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면적은 2.74㎢로 전국 평균(1.52㎢)의 두 배에 달했다. 반면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는 394명으로 전국 평균(774명)보다 적었다. 전남 도서 지역과 농어촌이 많은 특성을 감안하면 출동 거리와 대응 시간이 길어지는 구조적 취약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3.78㎢)과 경북(3.36㎢) 등도 소방공무원 관할 면적 부담이 큰 지역으로 나타났다.
반면 광주는 1인당 담당 인구가 861명으로 전국 평균을 웃돌아 ‘도시형 과밀 부담’이 두드러졌다. 담당 면적은 0.31㎢로 좁지만 출동 수요가 집중돼 체감 업무 강도는 높은 구조다. 서울과 경기 역시 인구 부담이 큰 대표 지역으로 꼽힌다.
이 같은 구조적 취약성은 이번 완도 화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완도소방서와 해남소방서 북평지역대 등에서 총 7명이 선착대로 투입됐다. 초기 대응 과정에서 1명을 구조했지만 재진입 과정에서 유증기 폭발이 발생하며 소방관 2명이 순직했다. 특히 해남소방서는 11개 지역대를 관할하는 구조 속에서도 인력 충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북평지역대 역시 기준 인원(6명)에 못 미치는 4명만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소방공무원이 화재 진압 보조 역할까지 맡는 ‘1인 다역’ 상황이 불가피했고 현장에서는 직렬 경계가 사실상 무너진 상태에서 고위험 진입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방 인력 배치는 단순 인구 기준이 아니라 면적과 지형, 산업 구조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도서·농어촌 지역은 추가 인력과 장비, 지역대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화재는 외국인 근로자가 홀로 토치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완도경찰서는 이날 실화 혐의로 중국 국적의 30대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전날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에서 바닥 에폭시 페인트를 제거하기 위해 화기를 사용하던 중 불을 낸 혐의다. 두 순직 소방관의 합동분향소는 완도문화예술의전당에 설치됐다. 합동영결식은 14일 오전 9시 완도군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분향소에 조전을 보내 “고인의 숭고한 헌신과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전은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빈소에서 직접 낭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