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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끝까지 하나로 뭉칠까’…경기교육감 선거 관전포인트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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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 분열은 해묵은 현상…결선 없는 단판 승부제
2012년 서울교육감 재보궐 ‘단일화 실패’는 대표 사례
유은혜 vs 안민석, 여론조사 이어 웹자보 두고 2차 충돌
고발 언급 등 갈등 재점화…여론조사 왜곡 등 두고 공방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진보 진영 경기교육감 예비후보들이 이번에는 ‘웹자보’ 홍보물을 두고 ‘고발전(戰)’을 예고했습니다. 단일화 파행의 우려가 커지면서 갈등 역시 점차 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홍보물입니다. 유권자 사이에 배포된 것으로 알려진 웹자보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1위 후보 안민석 23.9%’, ‘국민의힘 지지층 1위 후보 유은혜 17.2%’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유은혜 경기교육감 예비후보.
유은혜 경기교육감 예비후보.

◆ “색깔론·여론조사 왜곡” vs “제작 사실 없다”

 

유은혜 예비후보는 13일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모든 웹자보는 정보 입력 순서와 방식이 똑같고 후보 이름과 숫자를 배치하는 방식이 동일하다”며 “텍스트의 문장 구조와 폰트, 색감, 인물 사진의 처리 방식 역시 거의 똑같다”고 밝혔습니다. 안민석 예비후보 캠프 측이 만든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해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과 당선 가능성 1위처럼 보이게 한 홍보물 제작 사건의 최근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며 고발 가능성까지 내비쳤죠. 안 후보 측의 해명과 공개사과도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단일화의 주축인 경기교육혁신연대 측이 안 후보 캠프만의 진술로 사건을 종결 처리한 것에 대해 “심판이 호루라기를 잃어버렸다고 경기를 중단해선 안 된다”며 비판했습니다. 

안민석 경기교육감 예비후보.
안민석 경기교육감 예비후보.

안 후보 측도 즉각 “해당 웹자보를 제작한 사실이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근거 없는 비방이라는 주장입니다. 이어 “유 후보 측 주장 역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할 우려가 있으나 지금은 (유 후보 측의) 대응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며 맞고발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 같은 신경전은 22일 진보 진영 단일후보 선출을 앞두고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경기교육혁신연대는 18∼20일 여론조사(45%)와 선거인단 투표(55%)를 진행합니다. 선거인단은 16일까지 모집합니다.

 

첨예하게 갈등이 맞서면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후보 단일화가 막장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절차의 정당성이 훼손된 점을 거론한 뒤 단일화 거부에 나서더라도 출마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경기민주진보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예비후보들이 ‘단일화 서약서’를 읽고 있다. 왼쪽부터 유은혜, 안민석, 박효진, 성기선 후보. 뉴스1
경기민주진보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예비후보들이 ‘단일화 서약서’를 읽고 있다. 왼쪽부터 유은혜, 안민석, 박효진, 성기선 후보. 뉴스1

◆ 2022년 선거, 경기·강원·충북의 진보 단일화 실패

 

교육감 선거를 둘러싼 진보 진영의 분열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교육감 선거에서도 성기선 후보가 단일화 기구를 통해 선출됐으나, 송주명 후보 등이 독자 출마하며 전열이 붕괴했습니다. 이는 일찌감치 단일화에 성공한 보수 성향 임태희 후보의 당선으로 이어졌습니다. 경기도에선 약 10년 만에 교육권력이 보수로 교체됐습니다.

 

같은 선거에선 강원·충청의 상황 역시 비슷했습니다. 강원교육감 선거에서는 무려 4~5명의 진보 성향 후보가 난립하며 표가 완전히 쪼개졌습니다. 반면 신경호 후보는 보수 진영의 중심을 잡았죠. 결과는 신 후보가 29.5%로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득표로 당선됐습니다. 진보 진영 강삼영 후보 23.0%, 문태호 후보 13.2% 등으로 뒤를 이었죠.

 

진보 후보들의 득표율 합계가 보수 진영 당선자의 득표율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뼈아픈 패배를 기록했습니다.

임태희 경기교육감
임태희 경기교육감

충북교육감 선거에선 재선에 도전하던 진보 성향 김병우 후보에 맞서 또 다른 진보 성향 후보가 출마하면서 전력이 약화했습니다. 결과는 단일화된 보수 성향 윤건영 후보의 당선이었습니다.

 

2018년 경북교육감 선거와 2012년 서울교육감 재보궐 선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경북에선 진보·보수 모두 다자간 대결이 이뤄졌지만, 보수 진영의 조직력이 앞섰습니다.

 

서울교육감 재보궐 선거는 가장 대표적인 진보 진영 ‘단일화 실패’ 사례로 꼽힙니다. 당시 곽노현 전 교육감의 당선 무효로 치러진 선거에서 이수호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섰으나, 김상곤 전 교육감의 측근이던 이부영 후보 등이 완주하며 표가 갈렸습니다. 반면 보수 진영에선 문용린 후보로 비교적 성공적인 결집을 이뤄내며 본선에서 득표율 54.2%의 압승을 거뒀습니다. 

경기도교육청. 연합뉴스
경기도교육청. 연합뉴스

반대로 보수 진영이 분열돼 진보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된 경우도 있습니다. 2014년 선거에선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당시 보수 측 고승덕·문용린 후보의 분열을 파고들어 처음 당선됐습니다. 

 

이를 요약하면 △득표 효율성 △유권자 피로도 △정책 선명성으로 나뉩니다. 

 

1위만 당선되는 구조에서 표가 분산되면 상대 진영 후보는 낮은 득표율로도 당선이 가능해집니다. 또 단일화 과정의 잡음이 중도층 이탈을 유발하고, 투표율 저하 및 지지층 결집 방해에 영향을 줍니다. 후보 간 상호 비방이 심화할 경우에는 정책 실종과 상대 진영의 ‘심판론’ 프레임에 취약해진다는 약점도 드러냈습니다. 

 

결국 교육감 선거는 ‘누가 더 끝까지 하나로 뭉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싸움입니다. 이 핵심 변수가 올 6월 선거에선 또 어떻게 발현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