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소방관들의 영결식이 14일 엄수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조전을 통해 “거센 화마 속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든 고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대한민국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며 두 소방관의 명복을 빌었다.
◆ “엄마와 두 동생, 내가 잘 챙기겠다”
이날 오전 전남 완도군 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고(故) 박승원 소방경·노태영 소방교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박 소방경의 고등학생 아들 박 군이 편지를 떨리는 목소리로 낭독하자 영결식장은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변했다.
박 군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향해 “나의 영웅이자 정말 멋진 남자”라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엄마와 두 동생은 가장으로서 내가 잘 챙기겠다”며 “아빠처럼 무슨 일이든 묵묵히 해내는 가장이 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다짐하며 오열했다.
영결식에 함께한 유족과 동료 소방관들 모두 고개를 떨군 채 울음을 터뜨렸다.
◆ 비통에 잠긴 동료들
순직한 소방관들과 동고동락했던 동료들도 비통에 잠겼다. 정복을 갖춰 입고 동료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러 온 이들은 추도사가 이어지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노 소방교의 동료인 해남소방서 임준혁 소방관은 “고인은 팀에서 막내인 저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며 “결혼을 앞두고 신혼여행지를 고민하며 웃던 형의 얼굴이 자꾸 떠오른다”며 울먹였다.
이재명 대통령도 조전을 통해 “장래가 촉망되던 젊은 소방관들을 화마에 잃어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며 두 소방관의 명복을 빌었다.
전남도지사장으로 엄수된 이날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해 1계급 특진·훈장 추서, 이재명 대통령 조전 낭독 등이 이어졌다.
이날 동료들의 거수경례와 애도 속에서 영결식장을 떠난 두 순직 소방관은 대전 현충원 소방관 묘역에 안장된다.
◆ 불낸 중국인 “한국말을 모른다”
‘완도 냉동창고 화재 사건’은 지난 12일 오전 8시 25분쯤 전남 완도군의 한 냉동창고에서 발생했다.
당시 신고를 접수한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화재를 진압했지만, 박승원 소방경과 노태영 소방교는 인명을 구조한 뒤 내부에서 연기가 발생하자 재진입했다.
그러던 중 내부에서 화염이 다시 거세지며 고립됐다. 동료 소방관들이 구조를 위해 내부로 진입했을 때는 이미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는 불법체류자인 30대 중국인 작업자 A씨가 냉동창고에서 페인트(에폭시) 시공 작업 중 화기를 사용하다 불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화기 작업 안전 수칙인 ‘2인 1조’를 지키지 않은 채 홀로 작업하던 중 기존 페인트를 제거하기 위해 토치를 사용하다 불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이날 오후 2시 전남 해남군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마스크를 쓴 채 경찰 호송차에서 내린 A씨는 “실화 혐의를 인정하느냐”, “어떻게 불을 낸 것이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어 법정으로 들어서던 중 취재진이 “한국말을 할 줄 모르냐”고 묻자 A씨는 “한국말을 모른다”고 답했다.
A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에도 사과나 반성의 뜻을 끝내 밝히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A씨에게 작업을 지시한 시공업체 대표 B씨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