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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살 돈 없어 어머니 보낸 소년…1400억 빌딩주 된 비의 처절한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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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지방 10% 미만의 몸과 무결점 포트폴리오…나태를 허락하지 않는 ‘정밀 기계’ 정지훈의 집착

1990년대 말 서울 어느 골목의 차가운 단칸방에서 한 소년이 울고 있었다. 당뇨 합병증으로 앓아누운 어머니의 약값을 구할 길 없던 열아홉 정지훈이었다. 끼니를 거르는 것은 일상이었고 며칠을 굶다 못한 소년은 수돗물로 배를 채우며 무대 위 화려한 스타를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어머니는 끝내 인슐린 한 번 제대로 맞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소년은 차디찬 빈소에서 결심했다. “다시는, 죽어도 다시는 굶지 않겠다고.” 이 처절한 생존 본능은 훗날 대한민국을 흔든 가수 ‘비’를 만들었고 동시에 그를 1400억원대 자산 가치를 지닌 자산가로 변모시켰다.

굶주림을 견디며 무대 위를 꿈꿨던 열아홉 소년의 독기는 훗날 1400억원대 자본의 성벽을 구축한 실존적 에너지가 됐다. 넷플릭스 ‘사냥개들 시즌2’ 스틸컷
굶주림을 견디며 무대 위를 꿈꿨던 열아홉 소년의 독기는 훗날 1400억원대 자본의 성벽을 구축한 실존적 에너지가 됐다. 넷플릭스 ‘사냥개들 시즌2’ 스틸컷

 

정지훈의 부의 축적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 일어난 우연이 아니다. 그는 본업인 연예 활동만큼이나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치열하게 공부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 궤적을 등기부등본상의 숫자로 따라가 보면 한 인간의 집요한 생존법이 드러난다. 시작은 2008년이었다. 당시 정지훈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노후 건물을 168억원에 매입했다. 많은 이들이 고점이라 우려했지만 그는 지역의 확장성과 미래 가치를 믿었다. 13년 뒤인 2021년 그는 이 건물을 495억원에 매각한다. 시세 차익만 무려 327억원에 달하는 압도적 결과였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확보된 현금을 곧바로 더 견고한 영토로 옮겼다. 2021년 7월 강남역 도보 2분 거리의 초역세권 빌딩을 92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건물 가격이 너무 높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팩트는 달랐다. 해당 건물은 매입 이후 글로벌 유명 브랜드가 입점하며 만실 기록을 세웠고 현재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는 최소 1400억원 이상이다. 앉은 자리에서 500억원에 가까운 자산 증식을 이뤄낸 셈이다. 최근에는 압구정 로데오 인근의 건물을 158억원에 추가 매입하며 강남 일대에 자신만의 거대한 성벽을 구축했다.

920억원에 매입해 현재 가치 14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강남역 초역세권 빌딩. 네이버부동산
920억원에 매입해 현재 가치 14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강남역 초역세권 빌딩. 네이버부동산

 

재산이 수천억원대에 진입하면 나태해질 법도 하지만 정지훈은 여전히 스스로를 몰아세운다. 그가 20년 넘게 지켜온 1일 1식과 공복 운동 루틴은 단순한 외모 가꾸기가 아니다. 이는 나태해지는 순간 과거의 결핍이 다시 자신을 잠식할지 모른다는 본능적인 공포에서 기인한 강박적인 자기 관리다. 비가 오는 날에도 몸이 으슬으슬한 날에도 그는 단 하루도 운동을 쉬지 않는다. 촬영 현장에서도 식단을 엄격히 관리하며 자신을 ‘자산 가치를 유지해야 하는 정밀 기계’처럼 다룬다.

 

최근 넷플릭스 ‘사냥개들 시즌2’에서 보여준 그의 변신은 이러한 집요함의 정점이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맡은 메인 빌런 ‘백정’ 역을 위해 그는 마흔 중반의 나이에도 체지방 10% 미만의 몸을 만들었다. 사냥개들에서 보여준 그 잔혹하고 날카로운 눈빛은 어쩌면 평생을 결핍과 싸우며 자산을 지켜온 한 남자의 실존적인 에너지가 투영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극 중 ‘백정’은 타인의 고혈을 짜내어 부를 쌓는 악마 같은 인물이지만 현실의 정지훈은 자신의 땀과 시간을 짜내어 정당한 부의 요새를 쌓았다.

나태해지는 순간 과거의 결핍이 다시 자신을 잠식할지 모른다는 경계심은 그를 단 하루도 쉴 수 없는 ‘정밀 기계’로 만들었다. 넷플릭스 ‘사냥개들 시즌2’ 스틸컷
나태해지는 순간 과거의 결핍이 다시 자신을 잠식할지 모른다는 경계심은 그를 단 하루도 쉴 수 없는 ‘정밀 기계’로 만들었다. 넷플릭스 ‘사냥개들 시즌2’ 스틸컷

 

흥미로운 점은 그가 돈을 대하는 태도다. 수백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기는 자산가임에도 그는 평소 1000원 단위의 지출조차 꼼꼼히 따지는 생활인의 면모를 보인다. 배달비나 소모품 비용을 아끼는 그의 모습은 얼핏 보면 인색해 보일 수 있으나 이는 돈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겪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본능적인 경외심에 가깝다. 100원을 우습게 보는 사람은 결코 1000억원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이러한 철학은 배우자 김태희와 만나 더욱 견고해졌다. 두 사람은 화려한 명품 쇼핑에 탐닉하기보다 건물의 노후된 배관을 직접 살피고 지역 지가를 분석하는 데 시간을 쓰는 실무형 자산가 부부다.

 

대중은 흔히 스타들의 부동산 투자를 요행으로 치부하곤 한다. 하지만 정지훈의 1400억원대 성벽은 조금 결이 다르다. 그것은 과시를 위한 성곽이 아니라, 다시는 그 시절의 추위와 배고픔이 자신과 가족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쌓아 올린 최후의 보루다. 어머니의 인슐린을 사지 못했던 소년의 트라우마는 그를 누구보다 지독한 자산가로 만들었다. 그에게 부동산은 단순한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 ‘존엄성’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명품 쇼핑 대신 노후 건물의 배관을 살피는 이들에게 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삶의 최후 보루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명품 쇼핑 대신 노후 건물의 배관을 살피는 이들에게 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삶의 최후 보루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운에 기대지 않고 본업의 성실함과 빈틈없는 공부로 일구어낸 이 결과값은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서늘하지만 묵직한 통찰을 던진다. 결핍이 만든 독기가 지은 집은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의 부의 설계가 단순히 숫자의 나열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읽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