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신상진 경기 성남시장이 지역 재건축·재정비 지원에 2조원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에선 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후보 간 접전이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죠. 이런 가운데 재개발·재건축 지원은 여야 후보들이 표심(票心)을 공략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떠올랐습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최근 신 시장을 시장후보로 단수 공천한 바 있습니다.
신 시장은 14일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비사업은 단순한 건설공사가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을 바꾸고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정책”이라며 “성남시는 2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 시민 여러분의 부담을 덜고 보다 안정적으로 정비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 ‘2040년까지’ 시간의 함정…‘위험한 선례’ 가능성
성남시에 따르면 이번 지원책은 ‘노후계획도시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올해 2월 개정된 뒤 8월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마련됐습니다. 기존 수정·중원구에 이어 분당구까지 지원 범위가 넓어지면서 시 전역에서 정비사업이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되도록 물꼬를 트는 데 무게를 뒀죠.
시가 발표한 지원안은 선도지구 등 재건축·재개발을 앞둔 단지에 목놓아 기다리던 단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는 그동안의 지원 사례를 토대로 2040년까지의 사업 수요를 반영해 재정을 단계적으로 투입할 방침입니다. 이 중 지역별 지원액은 1조868억원 안팎입니다. 개정 노후계획도시 정비법에 기반해 정비구역 75곳에 약 145억원씩을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죠.
우선 도로·상하수도·지역난방 등 공공 기반시설 구축비용으로 분당에 2955억원, 수정·중원에 6937억원을 지원합니다. 분당 재정비로 인한 인구 증가에 대비해 필수 학급 증설비 2496억원도 별도로 내놓을 예정입니다.
재건축·재정비 사업 기간 중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는 시민을 위해선 6568억원을 투입합니다. 세입자 보상비와 이주비 대출 이자 일부 등 주거비 이차보전도 시가 맡습니다.
정비계획 수립에 드는 용역비도 분당 726억원, 수정·중원 116억원을 마련했습니다. 사업 초기 발생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죠. 재건축 진단비, 전자동의 수수료,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증 수수료 등 행정비용 역시 지원합니다.
◆ “공공기여 부담 낮춰야”…자산 가치 특혜 논란?
핵심은 공공기여에 대한 부담을 낮추는 데 있습니다. 신 시장은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선도지구 특별정비계획에 반영된 정비용적률 산출 방식을 재검토한 뒤 공공기여에 대한 부담을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는 건축·교통·교육 심의를 통합해 특별정비계획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행정절차에 소요되는 기간 단축에도 나섭니다. 아울러 세입자 주거안정을 위해 사업구역 내 임대주택을 확보할 방침입니다.
신 시장은 “각종 계획 수립과 인허가 절차를 줄여 사업 기간을 단축하면, 시민 여러분의 재정 부담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단순한 사업 지원을 넘어 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를 지키기 위한 약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성남시가 내놓은 ‘시민 체감’ 정책은 달콤합니다. 정비사업의 높은 문턱에 좌절하던 주민들에게는 복음과도 같은 선물일 겁니다. 하지만 ‘치밀한 설계’가 뒷받침됐느냐는 대목에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2040년까지’라는 시간의 함정 때문입니다. 단계적 투입의 과정은 최소 14년간 이어져야 합니다. 시장 임기로 따진다면 앞으로 3차례 연임을 하고도 2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후임 시장이 장기적 약속인 ‘미래의 재정 부담’을 기꺼이 떠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둘째, 공공기여 실종 혹은 감소에 따른 특혜 논란입니다. 기존 재건축의 대원칙은 ‘개발이익의 사유화 방지’입니다. 성남시는 학교 증설 비용을 시가 전액 부담하고, 기반시설 설치비까지 지원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는 특정 단지의 자산 가치를 높여주기 위해 시민 전체의 세금을 투입한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셋째, 이주비 이자 지원이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세입자 보상비와 이주비 대출 이자 보전은,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이 개입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죠. 민간사업의 리스크를 지방자치단체가 대신 져주는 행위라면, 시의 재정 건전성이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 어게인 2024?…지난 총선 票心, 재건축·재개발에 쏠려
‘가뭄에 단비’가 될지, ‘독이 든 성배’가 될지는 향후 추진 과정을 살펴봐야 합니다.
앞서 2024년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선 당시 여당이던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재개발·재건축 선도지구 선정과 오리역세권 복합개발 등을 내세워 지역구를 옮긴 분당을에서 재선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에 승리한 바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여당 후보라는 프리미엄이 김은혜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성남, 특히 분당의 표심은 영리합니다. 2조원이라는 숫자가 주는 위용보다 그 돈이 실제 내 주머니의 분담금을 얼마나 깎아줄지, 그리고 대가가 무엇일지 계산하기 시작할 겁니다.
예컨대 통합인가를 통해 속도를 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구체적 행정 인력 확충과 법적 근거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투표함으로 향하는 길목에 깔아둔 ‘장밋빛 레드카펫’인지, ‘진심이 담긴 선물’인지는 결국 유권자의 냉철한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