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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45회 살라망카 : 고즈넉한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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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나라 스페인

살라망카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는 곳으로 198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로 지정된 유서 깊은 곳이다. 살라망카는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20대 젊은 시절, 이곳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했다. 살라망카에 도착한 다음 가장 먼저 나의 청춘 시절 감성을 되돌아보기 위해 살라망카 대학으로 갔다.

살라망카 대성당 외부. 필자 제공
살라망카 대성당 외부. 필자 제공

살라망카 대학은 1218년 알폰소 9세 국왕이 설립했다. 볼로냐, 옥스퍼드, 파리 대학교와 함께 유럽에서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이다. 강의실을 찾았다. 프라이 루이스 데 레온 강의실. 이곳은 16세기 스페인 황금 세기의 지성인이자 시인이었던 프라이 루이스 데 레온이 신학을 가르쳤던 장소로써 당시의 거친 나무 책상과 강단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중세 대학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살라망카 대학교 프라이 루이스 데 레온 강의실. 필자 제공
살라망카 대학교 프라이 루이스 데 레온 강의실. 필자 제공
살라망카 대학교 역사 종합 도서관. 필자 제공
살라망카 대학교 역사 종합 도서관. 필자 제공

그다음 유학 시절 오래된 고서들을 들춰보며 신기해하던 역사 종합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래된 가구들이며 고서들의 향긋한 냄새는 모든 게 그대로였다. 뒤늦게 박사학위를 딴 것은 아마도 책이 좋아서였을 것이다.


대학교를 나와 살라망카의 상징인 대성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살라망카 대성당은 두 개의 성당이 합쳐진 곳이다. 구 대성당으로 불리는 로마네스크 양식은 12세기에서 13세기에 걸쳐 지어졌고, 새로 지어진 신 성당은 16세기 때였다.

살라망카 신성당 제단과 성가대석. 필자 제공
살라망카 신성당 제단과 성가대석. 필자 제공

살라망카 대성당에 간다면 반드시 성당 탑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추천한다. 옥상에서는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살라망카 도시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신 대성당 푸에르타 데 라모스 문 외부 벽 조각 중 아이스크림을 먹는 용의 모습. 필자 제공
신 대성당 푸에르타 데 라모스 문 외부 벽 조각 중 아이스크림을 먹는 용의 모습. 필자 제공
신 대성당 푸에르타 데 라모스 문 외부 벽 조각 중 우주비행사 모습. 필자 제공
신 대성당 푸에르타 데 라모스 문 외부 벽 조각 중 우주비행사 모습. 필자 제공

구 대성당을 어느 정도 감상했다면 신 대성당으로 발길을 옮겨 놓치지 말고 꼭 찾아봐야 할 것이 있다. 신 대성당 파사드 오른쪽에 있는 푸에르타 데 라모스 문(門)에는 돌로 조각된 우주비행사의 형상과 아이스크림을 먹는 용의 모습을 묘사하는 형상을 찾아볼 수 있다. 1992년 대성당 보수 공사 당시, 역사적인 건축물에 현대적인 요소를 더하기 위해 제로니모 가르시아가 기획하여 추가했다. 중세 시대 고딕 양식의 정교한 석조 장식 속에 현대적인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의 모습과 아이스크림을 먹는 용의 모습이 이색적인 대조를 이룬다. 이는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 신 성당 외부의 재미있는 벽 구조물을 보고 나면 이제 성당의 내부로 들어갈 차례이다. 살라망카 대성당 중 신 성당은 특히 화려한 제단과 성가대석이 유명하다. 

이베리코 듀록 하몬. 필자 제공
이베리코 듀록 하몬. 필자 제공

온종일 돌아다녀 시장기가 극에 달할 무렵 나는 한 유명한 식당에 들어가서 하몬과 와인을 주문했다. 스페인에서 많이 맛봤던 순종 이베리코 하몬이 아니라 이베리코 듀록이었다. 두 종류의 돼지를 교배하여 하몬의 풍미가 더 깊다고 했다. 한 점 입에 넣으니 이베리코 돼지와는 또 다른 깊은 맛이 느껴졌다. 하루의 피로가 풀리기 시작했다.  

 

하몬과 와인을 배불리 먹고 식당 문을 나서니 벌써 밤이 깊었다. 마요르 광장으로 갔다. 스페인에서 아름다운 광장 중 하나로 꼽히는 곳. 바로크 양식의 웅장한 건축물로 둘러싸여 있다. 1755년에 완공되어 오랜 기간 시민들의 생활 중심지이자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해왔다. 광장 주변의 88개 아치는 해가 진 후 조명이 켜지면 광장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들게 한다. 오늘 또 스페인에서의 행복한 하루가 저물어 간다.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