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본 산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일회용품이나 건설 자재 공급이 위축되면서 신규 주문을 받지 않는 업체가 생겼고, 유류할증료 인상 등에 따른 관광업계의 타격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1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도장공업회는 전날 국토교통성에 제출한 청원서에서 “정부 발표와 현장 공급망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며 “(석유)비축량 방출 및 대체 조달 효과가 제조업체와 판매점, 시공업체까지 확실히 전달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나프타 원료 공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는데, 시너와 페인트, 비닐, 플라스틱 제품 등을 구하기가 어려워져 아우성을 치는 도장공사 현장 목소리와는 크게 동떨어진 셈이다.
도장공업회가 지난 6∼10일 회원사들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850개사 회답)에서는 시너를 조달할 수 없다는 응답이 55.1%였고, 도료(8.5%), 시트·테이프 등 부자재(15.9%)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도 많았다. 특히 회원사들의 절반가량은 시너 가격이 1.5∼2배 올랐다고 답변했다.
일본 최대 욕실업체 토토(TOTO)는 13일부터 조립식 욕실 수주를 중단했고, 일본 최대 주택설비·건축자재 종합 제조회사 릭실(LIXIL)도 14일부터 고객들에게 ‘납기 미정’이라고 공지하고 있다. 페인트 희석, 도구 세척 등에 사용하는 시너를 비롯해 접착제, 코팅제 등 나프타로 만드는 필수 자재 조달이 그만큼 어려워진 탓이다.
도장공업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상황이 악화해 생존 문제가 됐다”며 “소규모 사업장도 많아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회용 주사기, 수술용 장갑, 수액 용기 등 나프타를 원료로 한 합성수지 기반 의료용품 공급 차질 우려 역시 커지고 있으며, 비닐봉지나 일회용 도시락 용기 등의 생산 단가도 올라 얼마 뒤에는 소매가격에도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관광업계도 한숨을 짓는 중이다. 예약 취소가 잇따라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기후현 다카야마에는 최근 유럽 관광객을 중심으로 14일까지 약 4000명분의 예약이 취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중동 정세 악화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나 카타르 도하 등을 경유해 일본으로 향하는 항공편이 감편된 것이 주요한 이유로 지목된다. 시라카와고나 게로 온천과 가까운 다카야마는 숙박객의 약 40%가 외국인이어서 이같은 예약 취소 행렬은 지역 경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도쿄 지요다구의 한 호텔도 올해 벚꽃 개화기(3월21일∼4월12일) 객실 가동률이 전년 대비 1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중국발 관광객이 줄어든 가운데 유류할증료 인상 등에 따른 항공요금 부담이 본격화하면 일본 인바운드 관광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 분석가인 도리우미 고타로는 닛케이에 “(유럽발) 일본 직항편 요금이 예년 대비 10만∼20만엔(약 93만∼185만원) 올랐다”며 “최근까지는 전쟁 전에 항공권을 구입한 관광객 중심이어서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5월부터 여름에 걸쳐 방일 관광객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