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기 대구에서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 ‘무영당(武英堂)’이 거대한 수묵의 숲으로 탈바꿈했다.
국내외에서 ‘1초 수묵’ 연작으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온 임현락 경북대 교수(미술학과)의 개인전 ‘백년과 1초’가 열리고 있는 현장이다.
15일 전시장에서 만난 임 교수는 “지난해 말 우연히 이곳을 찾았다가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공간의 울림에 매료됐다”며 “100년의 시간을 견딘 건축물과 찰나를 다루는 ‘1초 수묵’이 만났을 때 생길 시너지를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내달 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임 교수의 20여 년 작업을 총망라한 아카이빙 전시다. 2002년 ‘나무들 서다’부터 2026년까지 이어지는 ‘1초 수묵’ 시리즈를 무영당의 공간적 특성에 맞춰 설치, 평면, 영상 등 다매체로 풀어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수묵의 공간적 확장이다. 임 교수는 2002년 금호미술관 전시 이후 반투명 천에 일 획을 긋고 이를 허공에 세우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평면에 갇힌 수묵을 3차원 세계로 해방시킨 것이다. 관객이 전시장 내부를 거닐면 공기의 흐름에 따라 필획들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그는 “필획들이 숲이 되어 관객과 살아있는 나무처럼 교감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의 작업 저변에는 ‘생명’과 ‘치유’가 흐른다. 수차례의 암 투병 과정을 겪으며 그에게 찰나와 순간은 곧 생존의 감각이 됐다. 그는 “살아있는 모든 것은 순간”이라며 “대상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호흡을 그리는 행위, 그 1초 속에 영원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100년의 역사를 품은 무영당에서 ‘1초’라는 극한의 시간성을 던진 작가는, 우리가 잊고 지낸 생명의 진실을 일깨운다.
임 교수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에게 ‘살아있는 모든 것은 순간’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100년의 세월을 품은 이 공간에서 관객들이 각자의 ‘1초’를 마주하며, 우리가 잊고 살았던 생명의 진실과 치유의 힘을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했다.
서울대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임 교수는 1993년 중앙미술대전 최우수상을 받으며 화단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19회의 개인전을 비롯해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병행전 등 굵직한 국내외 초대전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현재는 경북대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1초 수묵’을 통해 생명과 호흡의 예술적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