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2월 화두를 던지며 시작된 촉법소년 연령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국민 공론화를 위한 시민참여단 숙의 토론회가 이번 주말 예정돼 있고 제도적 보완을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 토론회도 열렸다. 전문가들은 촉법소년 연령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전반적인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성평등가족부는 15일 ‘형사 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기준에 관한 제도적 보완 방안’이라는 제목의 제2차 공개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는 지난 1차 포럼에서 집중했던 연령 하한 찬반 을 넘어 소년 범죄를 다루는 전체 시스템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청소년 비행·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의 작동 방식’을 논의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제발표를 맡은 배상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소년법 절차는 형사소송법에 비해 간략하고 수사에 해당하는 규정이 없어 법적 근거와 방어권 보장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배 연구위원은 “훈방 기준·절차를 표준화하고 선도 이후에 복지로의 연계가 의무화돼야 한다”며 “몇호 처분이 내려졌는가에 집중하지 말고 처분 종류가 다양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 보호처분, 교사가 알 수 없어…교화·교육에 집중해야
청소년을 직접 맞닥뜨리고 있는 교사와 청소년 회복시설 관계자들은 교화·교육에 초점을 맞춘 특화된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욱 방학중학교 학교폭력책임교사는 “어떤 보호처분을 받았는지 통지되지 않아 법원 특별교육 때문에 조퇴해야 한다는 학생에게 그게 뭐냐고 되물어보기도 한다”며 “사법제도와 공교육 간의 제한적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비행소년의 연착률을 돕는 중간 적응 단계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창호 보금자리청소년회복지원시설 시설장은 “청소년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인지 변화가 빠르다”며 “범죄 발생 후 재판과 처분이 내려지기까지의 시간이 길어지면, 자신의 행동과 처벌 사이의 연관성을 체감하기 어려운 만큼 사건 발생 직후 신속하게 개입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보호 명문화해야…소년법원 설립도 검토 필요
피해자 보호가 명문화돼야 한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렸다. 정 시설장은 “소년보호사건은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가해자의 사법 절차, 처분 결과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피해자에게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진술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역시 “재판상황을 방청할 권리, 재판결과 통지 제도 등 소년보호사건 재판 중 피해자 권리 보장방안이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년법원 설립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류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아동권리실장은 “하나의 법원에서 소년형사사건과 소년보호사건을 일괄 처리할 수 있는 전문적인 소년법원 설치나 가정법원 소년부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소년사건을 다루는 법 종사자들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 부소장은 “포털사이트에서 촉법소년을 검색하면 보호처분 받게 해주겠다는 광고가 나온다”며 “높은 수임료를 지불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신뢰를 저하시킨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을 사법 시장으로 몰아가는 것에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류 실장은 “소년사법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아동권리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김형률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사실 촉법소년은 현행 제도 아래에서도 상당히 엄한 처분을 받고 있고 형사처벌 확대가 곧바로 범죄 감소로 이어진다는 실증적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며 “소년사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연령 논의를 넘어서서 소년사법의 절차정비, 처우개선, 피해자 권리보호 논의까지 확산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