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1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고(故) 김창민 영화감독 상해치사 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을 규탄하는 오체투지 시위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약 300명이 참여했다.
집회에 참석한 김 감독의 아버지 김상철 씨는 “경찰의 축소, 은폐, 지연을 제 눈으로 목격했다”며 “제2, 제3의 억울한 죽음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약 150명의 참가자는 김 감독의 얼굴이 그려진 흰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부실 수사 담당 엄벌”, “발달장애 가정 보호” 등의 구호를 외친 뒤 바닥에 엎드렸다 일어나는 동작을 100번 반복했다.
이들은 오체투지를 마친 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기 구리경찰서장과 담당 수사관, 현장 출동 경찰관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하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 20일 새벽 발달장애 아들과 구리시의 한 식당을 찾았다가 다른 손님과 소음 문제로 다툼을 벌이던 중 집단 폭행을 당한 뒤 숨졌다.
사건 당시 식당 내부와 폭행이 벌어진 골목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김 감독이 식당 밖에서 A씨 일행과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담겼다.
담배를 피운 뒤 식당 안으로 들어온 김 감독은 테이블에서 무언가를 집어 들어 일행에게 달려들었으나 곧 제지당했다. 해당 물건을 휘두르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행 중 한 명인 B씨는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 이후 김 감독은 식당 밖으로 나왔고 곧바로 다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A씨는 김 감독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고, B씨는 쓰러진 김 감독을 골목으로 끌고 갔다. 그곳에서도 A씨의 폭행이 이어졌다.
식당 종업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김 감독이 돈가스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는 진술 등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수사 초기 김 감독을 특수협박 혐의 조사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유족은 “돈가스 칼을 들고 아들이 달려들었다는 등의 보도가 많았는데, 해당 종업원의 진술을 토대로 지구대에서 가해자들을 모두 석방했다고 한다”며 초동 수사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이어 “여러 명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피해자가 항거 불능 상태로 제압된 뒤 지속적인 구타가 이뤄졌고, 그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며 “이것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해자에게 유리한 정황만 유난히 강조되며 죄책을 덜어주려는 듯한 점이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폭행 당시 CCTV 영상에는 가해자 일행 최소 6명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명만 피의자로 특정됐고, 피의자에게 유리한 정황이 다수 증거로 채택돼 구속영장 기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유족 측 주장이다.
반면 피의자 측은 김 감독에게도 사건 발생의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들 중 일부는 헬스 트레이너로 알려졌으며, 김 감독을 끌고 다닐 당시 뒤엉킨 남성들 가운데 일부는 구리 지역 조직폭력배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창민 감독 사망 사건과 관련해 부실 수사 의혹 등이 제기되자 가해자 이모(30대) 씨는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김창민 감독님과 유가족에게 죽을죄를 지은 것을 안다”면서도 “유가족의 연락처를 몰라 수사기관에 여러 차례 사과와 합의 의사를 전달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 근거로 경찰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신문조서에도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상철 씨는 지난 10일 CBS 박성태의 뉴스쇼를 통해 “더 상처받고 고통스러운 것은, 힙합곡을 발매하고 희희낙락하던 가해자가 언론에 보도되자 사과를 적극적으로 하려 했는데 경찰관이 피해자 측 연락처를 알려주지 못했다고 한다는 점”이라며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김 씨는 “변호사를 통해 얼마든지 연락처를 알 수 있었을 텐데도 경찰관이 알려주지 않아서 사과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 와서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고 하니 사건을 정확히 밝혀 진실이 규명되기를 바란다”며 “그것이 유족들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