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열린마당] 반복되는 대형 참사, 막을 수 없나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화재로 인한 안타까운 사망자가 또 발생했다. 지난 12일 전남 완도의 수산물 가공업체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2명이 불길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건물 안에 있던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불길이 급격히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불법체류 신분의 30대 중국인 1명이 2인1조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바닥 페인트를 제거하려고 토치를 사용하다가 불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0일에는 대전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안전공업에 출근했던 14명의 근로자가 공장화재로 사망하고 60명이 부상했다.

김영규 법무법인 비앤에이치 변호사
김영규 법무법인 비앤에이치 변호사

왜 이런 참사가 반복되는가. ‘사업주, 경영책임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한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있는데도 말이다. 법의 ‘규범력’이 현장, 특히 중소기업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아닐까.

중대재해법의 안전·보건확보 의무주체인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마음자세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과거 고속 성장시대에 안전을 비용으로만 인식해 안전비용을 줄이고 단기이익을 추구한 경향이 있었다. 중대재해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반영 의무화 및 공시, 형사처벌·행정제재 강화 등에 따라 이제는 기업의 중대재해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다. 안전한 일터 조성이 품질을 향상하여 지속 가능한 이익을 창출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이행 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에 특화된 ‘위험성평가 중심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안전공업에서 발생한 화재는 2009년 이후 7번이었는데, 이번 화재의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된 집진기 화재가 5번이라고 한다. 이미 노출된 화재 위험요인에 대해 위험성평가를 실시하고 위험성을 제거·감소하는 개선조치를 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경영책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위험성평가 절차를 마련하고, 절차에 따라 위험성평가가 실시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경영책임자가 산업안전 의제에서 근로자 및 노조와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 위험성평가 등 현장 안전에 근로자들을 참여시켜 목소리를 듣고 신속히 위험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현장의 위험성은 현장 작업자가 가장 잘 안다. 안전공업에서도 참사 이전부터 근로자들이 집진설비의 화재 위험성 등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에게 종사자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마련하도록 규정한 이유다.

위험작업에 관한 안전·보건 교육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근로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중지권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근로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당연히 생산·이윤보다 생명을 중시하는 인식전환이 필수다. 근로자나 사업주의 작업중지가 합리적으로 실행되도록 당국의 지도·지원 및 감독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삶을 위해 일터에 나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퇴근할 수 있어야 한다.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어느 경영인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사장인 제가 공장에 비치된 소화기부터 살펴보았는데, 유효기간이 지난 오래된 소화기가 많아 놀라서 즉시 교체했어요.” 경영책임자의 솔선수범이 현장의 실질적인 안전을 위한 출발점이다.

 

김영규 법무법인 비앤에이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