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총재지명 후 사흘이 멀다고 재산형성과정과 가족 국적,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문제가 차례로 불거졌다. 하나같이 중앙은행 수장의 권위와 신뢰에 흠집을 낼 만한 사안들이다. 신 후보자는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신상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하다”면서 한국 경제에 헌신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44년에 걸친 오랜 해외 생활 탓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지만 어물쩍 넘길 일은 아니다. 전체재산 86억원 중 절반 이상을 해외 금융자산과 부동산이 차지하는 건 통화가치를 지켜야 하는 중앙은행 총재의 직무와 어긋난다는 ‘이해충돌’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가족들도 모두 해외국적을 취득했는데도 국적상실 사실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 와중에 영국 국적의 딸은 서울 강남 아파트에 내국인으로 불법전입했다고 한다. 신 후보자는 모친 아파트를 전세 낀 ‘갭투자’로 사들여 22억원가량의 차익을 거뒀는데 이 과정에서 증여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는 행정처리 미숙일 뿐 “어떤 이익을 추구하는 고의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군색하다. 신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치로 여러 의혹과 논란을 조속히 털어내야 할 것이다.
도덕적 흠결 논란에도 신 후보자의 통화정책 전문성과 정책역량은 누구도 토를 달기 어렵다. 그는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는 국제결제은행(BIS) 요직을 거쳤고 국제통화기금(IMF)과 뉴욕연방준비은행, 영란은행 등 국제기구와 주요국 중앙은행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거시경제·국제금융 권위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고 금융안정 시스템 연구로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중동발 복합위기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적임자란 평가가 많다.
신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통화정책의 핵심은 물가안정”이라면서도 “성장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물가와 성장이 상충한다면) 한국처럼 유가에 민감한 경제에서는 물가에 무게를 두겠다”고도 했다. 한은 총재로서는 적절한 인식이지만 그렇다고 경기추락을 마냥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성장과 물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난제 중 난제다. 신 후보자는 정부 정책과 호흡을 맞추되 필요할 땐 선제적이고 강단 있는 결단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