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록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최근 경북도 김천시 본부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국내에서 발생하는 가축전염병은 상시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해외에서 질병이 유입될 위험 역시 증가하고 있어 방역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축방역 현장 최일선에 있는 최 본부장은 이번 동절기(2025~2026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까지 3대 가축전염병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하면서 어느 때보다 분주한 겨울을 보냈다. 이번에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총 61건으로 2022∼2023년(32건)이나 2024∼2025년(49건)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ASF는 올해 1월 강원 강릉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모두 24건 발생해 역대 최대다. 2019∼2025년 7년간 연평균 7.9건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다. 구제역은 총 3건이다.
최 본부장은 “고병원성 AI는 올해 3가지 바이러스 혈청형이 확인됐고, 감염력도 예년의 10배 정도 강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전례가 없는 상황이 발생해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ASF는 국내에서 거의 확인되지 않았던 해외 발생 유전형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구제역은 해외 발생 바이러스가 백신접종 미흡 농장에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ASF가 국내에서 처음 보고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3대 가축전염병이 동시에 발생한 사례가 없었으나, 최근 2년 연속 발생하면서 방역체계를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최 본부장은 “과거에는 가축전염병이 일시적·계절적 위기 상황으로 인식돼 긴급 대응 중심의 정책이 유효했으나, 최근에는 국제 교역 확대와 기후·생태 변화로 상시발생·해외유입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이러한 방역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전면적인 ‘변경’보다는 ‘구조적 고도화와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최 본부장은 빅데이터와 AI를 통해 국내 방역체계의 구조적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긴급 대응 중심에서 상시예방·예찰 강화로 바꾸기 위해 빅데이터·AI를 활용하고 있다”며 “질병 예측 모델로 사전 위험도를 예측해 위험지역 농장 단위 맞춤형 관리를 강화해 나가는 중”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현재 검역본부는 고병원성 AI 위험도 평가, 검역 행정 처리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철새 이동과 사육특성 등 5년 이상 축적된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2025~2026년 전업농 대상 위험도를 예측한 결과 위험도 상위 10% 농가 59곳 중 35곳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59%의 예측률을 기록했다.
높은 예측률에도 불구하고 고병원성 AI 발생을 사전에 막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최 본부장은 아쉬운 듯 말을 이어갔다. 그는 “농가가 방역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방역기준을 철저히 지킨다면 사전에 가축전염병을 차단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며 “정부의 가축방역 수준은 주요 질병에 대해 신속한 초동대응, 강력한 이동 통제, 처분 체계, 전국 단위의 정밀진단 역량을 갖추고 있어 국제적으로 높은 대응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나, 전국 농가를 모두 책임지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농가의 자율책임 방역을 확대하고, 민간 방역 전문성을 활용하는 한편 ‘중앙-지방-농가’ 간 협업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