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프로야구가 시즌 초반부터 치열한 승부를 이어가면서 흥미로운 얘깃거리들도 쏟아지고 있다.
트레이드 시장이 일찌감치 개장한 가운데 승부를 가르는 마무리투수들의 희비가 교차하고, 개인 기록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낭만 야구’를 선보이는 선수가 등장하는 등 팬들을 KBO리그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한화에서 두산으로 전격 이적한 손아섭은 유니폼을 갈아입자마자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그동안의 설움을 날렸다.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냉정한 현실을 경험하며 1년 1억원에 한화와 계약했던 손아섭은 이번 시즌 개막전 대타 출전 이후 2군에만 머무르는 수모 아닌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통산 최다 안타 1위라는 대기록을 보유한 손아섭이 이대로 사라질 수는 없었다. 손아섭은 지난 14일 투수 이교환과 현금 1억5000만원을 한화에 내준 두산으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팀 타선이 침체에 빠진 두산의 선택을 받은 손아섭은 이적 당일 인천 SSG전에 곧바로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투런 홈런을 날리며 화끈한 이적 신고를 했다. 이를 통해 손아섭이 남은 시즌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펼칠지 두산 팬뿐 아니라 야구팬 전체가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승리를 지키지 못하면 역적이 되는 것이 마무리투수의 숙명. 그 숙명의 무게감을 버텨 내지 못해 고개 숙인 투수가 있는 반면 시즌 초반부터 너무 빠른 페이스로 세이브를 쌓아가는 투수가 있어 대조를 이룬다.
고개 숙인 마무리의 대표적인 선수가 한화 김서현이다. 지난 시즌 막판부터 여유 있는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여 우려를 낳았던 김서현은 14일 대전 삼성전에서 4점 차 리드를 날리는 대형사고를 쳤다.
김서현은 5-1로 앞선 8회 2사 1, 2루에 올라와 볼넷 3개와 폭투로 5-4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은 피안타 1개, 볼넷 3개, 몸에 맞는 공 1개로 기어이 역전 결승점을 내주고 황준서로 교체됐다. 김서현은 1이닝 동안 사사구만 무려 7개를 허용하는 제구 난조에 시달렸다.
작년 시즌 하반기부터 ‘김경문 한화 감독이 김서현을 너무 믿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김 감독은 이날도 김서현을 밀어붙이는 뚝심을 보여줬지만 그것이 오히려 역전패로 이어지는 악수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한화는 이날 경기에 무려 18개의 사사구를 내줘 한 경기 최다 신기록을 쓰기도 했다. 이렇듯 마운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지면서 한화팬들은 올해 또다시 하위권으로 처지는 것 아닌가 걱정하는 분위기다.
반면 선두 LG 마무리 유영찬은 놀라운 속도로 세이브를 적립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4일까지 벌써 8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날까지 팀이 거둔 10승 가운데 2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승리를 지켰다. 단순 수치상으로는 80세이브도 가능한 말도 안 되는 추세라 야구팬들을 흥분하게 만든다.
이날까지 팀이 치른 14경기 중 9경기에 나서는 등 LG가 막판 박빙 승부가 유독 많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너무 잦은 등판이라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 괜찮지만 앞으로 체력관리가 중요해 보인다.
요즘 삼성 외야수 박승규 앞에는 ‘낭만 야구’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한 선수가 한 경기에서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기록하는 사이클링 히트(메이저리그 공식 용어는 힛 포 더 사이클)는 KBO리그 역사상 32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박승규가 팀을 위해 자발적으로 이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박승규는 지난 10일 대구 NC전에서 3루타-단타-홈런을 친 뒤 사이클링 히트에 2루타만 남겨둔 채 5-5 동점이던 8회 2사 만루에서 다섯 번째 타석에 섰다. 그리고 중견수 키를 넘기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주자 세 명이 모두 홈을 밟은 가운데 박승규는 이종욱 주루코치가 멈추라는 사인을 보냈음에도 3루까지 내달렸다. 코치도 기록 달성을 신경 썼지만 박승규는 팀의 완벽한 승리를 위해 스스로 한 베이스 더 진루를 선택한 것이다.
경기 후 박승규는 “팀 승리가 먼저였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인터뷰해 팬들을 더욱 감동하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