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같은 날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재보선)의 ‘체급’이 커지고 있다. 현직 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로 보궐선거 지역이 늘어나는 데다, 출마를 준비하는 인물들의 무게감도 한층 커지면서다. 21대 총선 지원 활동 이후 정치 전면에서 물러나 있던 유승민 전 의원이 재보선을 통해 재등장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표적 개혁보수 정치인으로 꼽히는 유 전 의원은 당의 요청을 전제로 한 경기 하남갑 출마가 언급되고 있다. 이미 출마를 선언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출마 채비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재보선이 여야 잠룡들의 복귀 무대가 되는 양상이다. 지방선거와 맞물려 전국적 주목도가 커진 만큼, 재보선 결과는 각 당의 향후 주도권 경쟁과 정국 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劉, ‘당의 요청’ 전제 하남 출마 가능성
유 전 의원 측 한 관계자는 15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기지사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추미애 의원 사퇴 시 치러지는 하남갑 보궐선거와 관련해 “유 전 의원은 (만약 당에서 출마 요청이 올 경우) 진지하게 생각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 전 의원은 당으로부터 여러 차례 경기도지사 출마를 요청받았으나, 유 전 의원은 경기지사 출마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제게 남은 정치적 소명은 완전히 망해버린 보수정당을 어떻게 재건하느냐에 맞춰져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남갑은 22대 총선에서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 수행실장 출신인 친윤(친윤석열)계 이용 전 의원을 1.17%포인트 차로 꺾은 접전지다. 이 전 의원은 재도전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중도·개혁 성향의 유 전 의원의 등판 자체는 지방선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도권 승부는 결국 중도 확장성과 인물 경쟁력에 달려 있다”며 “(유 전 의원이) 나와준다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수석대변인은 “유 전 의원은 우리 당이 내세울 수 있는 훌륭한 후보이지만, 이 지역에서 묵묵하게 텃밭을 가꿔온 우리 당 후보들도 계신 상황”이라며 “어떤 지역에서 어떤 형태로 활동할지는 공천관리위원회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는 유 전 의원이 실제 등판할 경우 단순히 한 지역 승부를 넘어, 침체된 보수 진영 재편 논의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관건은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유 전 의원에게 출마 요청을 할지다. 유 전 의원의 다른 측근은 “당에서 요청이 온 것이 없으며 지금 당 지도부가 출마를 요청할 가능성 자체가 낮다”며 “유 전 의원이 출마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고 말했다.
◆수도권 노리는 범여권 잠룡들
현재까지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인천 계양을, 경기 안산갑·평택을, 충남 아산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5곳이다. 여기에 여당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로 선출된 현직 의원 7명(김상욱·민형배·박수현·박찬대·이원택·전재수·추미애)이 이달 30일까지 사퇴할 경우 재보선 지역은 12곳으로 늘어난다. 민주당 내 제주지사 결선과 국민의힘 현역 다수가 참여한 대구시장 경선 등을 감안하면 최대 14석까지 늘어날 수 있다.
여권 잠룡들도 이번 재보선을 대권 교두보로 삼아 원내 입성을 노리고 있다. 계양을에서 5선을 지낸 송 전 대표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무죄 확정 이후 계양을 복귀를 선언했다. 다만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를 밝히면서, 당 지도부의 교통정리 시점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 전 대표의 출마 대안지로는 하남갑도 언급된다.
한때 송 전 대표의 광주 출마설도 돌았지만, 본인은 수도권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을에는 혁신당 조 대표가 출마를 선언했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안산갑 출마에 무게감이 쏠리나 평택을 출마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부산이 고향인 조 대표는 당초 부산 북갑 출마가 거론됐으나, 민주당의 만류를 받아들였다는 입장이다. 조 대표는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민주당에서) 부산은 박형준 시장으로부터 뺏어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박형준 대 전재수’ 구도가 중심이 돼야 한다. 제가 나가면 ‘조국 대 한동훈’ 구도로 바뀌면서 부산시장 선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더라”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