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방문하고 온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중동 4개국으로부터 올 연말까지 원유 2억7300만 배럴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강 비서실장은 나프타도 연말까지 최대 210만t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전했다.
강 실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전략경제협력 특사 활동 결과를 발표했다. 강 실장은 지난 7일 출국해 카자흐스탄과 오만·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4개국을 방문해 원유와 나프타 확보 방안을 협력하고 전날 귀국했다. 카타르는 애초 방문 대상국이 아니었지만, 지난 8일 새벽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 합의 소식을 계기로 일정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실장은 “원유 2억7300만 배럴은 작년 기준으로, 즉 별도의 비상조치 없이 경제가 정상 운영되는 상황에서도 세 달 이상 쓸 수 있는 물량이다. 나프타 210만t은 작년 기준으로 약 한 달 치 수입량에 해당한다”며 “특히 이번에 확보한 원유와 나프타는 호르무즈해협 봉쇄와는 무관한 대체공급선에서 도입될 예정이기 때문에 국내 수급 안정화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유와 나프타 물량 확보를 통해 핵심품목 수급이 조금이라도 더 안정화되고 우리 국민과 기업이 일상을 유지하는 데 불편함이 줄어들길 바란다”며 “특히 나프타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확정된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우리 기업의 나프타 도입단가 상승분을 지원하는 예산이 포함돼 있어 수급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또 “지금은 돈이 있더라도 구할 수 없는 게 원유와 나프타”라면서도 원유 도입 가격과 관련해서는 “시장가격을 베이스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원유 도입의 반대급부로 방위산업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무리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국가별로는 카자흐스탄에서 원유 1800만 배럴을 확보했고, 오만에선 한국 선박 26척의 호르무즈해협 안전 통과 지원과 함께 원유 500만 배럴, 나프타 160만t 공급 약속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연말까지 원유 2억 배럴과 나프타 추가 공급 약속을 끌어냈다. 카타르와는 LNG 계약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강 실장은 “오만의 경우 호르무즈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라며 “작년 도입물량(450만배럴) 이상의 원유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실장은 또 “중동 산유국들은 우리나라 원유 저장시설을 활용하는 국제공동비축사업 확대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면서 “이번 추경을 통해 국내 비축기지 저장시설 확충 예산이 편성된 만큼 향후 주요 산유국과의 공동비축이 확대돼 비상 상황에서도 원유수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문을 통해 확보된 성과들이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지도록 면밀하게 점검하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원유 공급선 다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정유사들이 중동산 외 물량을 확보하는 과정 에서 발생하는 운임 차액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김정관 장관 주재로 관계 부처와 해운·정유·석유화학업계가 참여한 ‘나프타·원유 수급 대응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지원체계를 개편해 4∼6월 석 달간 미주, 아프리카, 유럽 등에서 도입한 원유에 대해 중동산 대비 운임 차액의 전액을 보전해줄 방침이다. 기존 환급 지원체계에서는 운임 차액의 약 25%만 환급해 왔으나 이를 ℓ(리터)당 16원인 석유수입부과금 납부 한도 내에서 10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환급 확대액은 약 1275억원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공급선 다변화를 유도하려는 조치다. 나프타 수급 안정과 관련해선, 4∼6월 사이 체결한 나프타 도입 계약물량에 대해 전쟁 이전 가격과 실제 수입 가격 간 차액의 50%를 지원하는 예산 6744억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나프타 대체 원료인 LPG, 콘덴세이트를 비롯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까지 지원 대상에 포함해 단기적인 나프타 수급 위기에 대응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나프타와 원유 도입 물량의 각각 73%와 69%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장관은 “나프타·원유 공급선 다변화와 대체 물류망 확보를 통해 국민의 일상을 흔들림 없이 지키고, 산업활동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즉시 해결할 수 있도록 업계 및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